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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을 보았다. 우리의 삶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많은 것들을 소유하려다 오히려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메시지가 크게 와닿았다.
본질적인 것만 남기고 인생을 깊이 관찰하자는 이 주제는 최근에 읽은 쇼펜하우어 철학책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쇼펜하우어는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강조하며, 욕망은 해소되자마자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무언가 강한 울림이 있었는데, 그건 아마 내 분야인 문화예술경영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관점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계 역시 지나친 복잡성과 욕망에 휘둘리기 쉽다. 더 크고 화려한 프로젝트, 더 많은 예산, 더 많은 관객을 추구하다 보면 정작 예술의 본질을 놓칠 때가 많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적 사고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우리는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게 된다.
대형 예산 프로젝트나 화려한 기획에 집중하기보다는, 예술 자체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니멀리즘이 강조하는 것은 물질적 소유뿐만 아니라 사고방식에서도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경영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줄이고, 본질을 살리는 방식은 무엇일까?
기획에서 ‘왜’라는 질문을 더 자주 던지기: 우리가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정말 필요한 것인가?
관객의 진정한 경험에 집중하기: 화려한 마케팅보다 기획이 존재해야하는 본질적 이유에 초점 맞추기
소규모, 지속 가능한 운영 방식 고려하기: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한 형태의 운영을 고민하기
쇼펜하우어는 인간이 끝없는 욕망에 휘둘리면 결코 만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흥행과 수익, 대형 프로젝트 유치에만 집중한다면 정작 예술이 가지는 본질적 가치는 퇴색될 위험이 크다. ‘무엇을 더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근데 요게 상당히 어렵다. 인간의 욕심이란....아니 나의 욕심이란...) 무엇을 덜어낼 것 인가를 고민하는 자세는 우선
내 맘 잘 들어보기 + 남의 말 잘 들어보기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를 고려하기
가 필요하다. 내 마음에 귀 기울이는 것과 남의 말 잘 들어보는 건 정말 어렵다. ('남의 말 잘 듣기'가 아니라 '남의 말 잘 들어보기'라고 쓴 이유는 기획과 경영에서 어느 정도의 멱살잡고 끌고가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 마음에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욕심 많은 자아가 이것저것 다 필요하고 다 맞다고 말할 수 있고, 그렇게 자아가 강할 수록 남의 말이 잘 안 들어온다. 하지만 기억하자. 필요있는 기획을 하기 위해서는 남의 말 잘 들어봐야 한다. 기획의 가치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현재 나는 문화예술과 기술을 결합한 ‘datarts’라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미니멀리즘적 사고를 적용해야겠다 싶었다. 거대한 조직을 만드는 대신 핵심 가치를 유지하며 유연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지향하고 있다. 단순히 자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덜어냄으로써 더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방식이다.
오늘 datarts와 관련해 프로그래머와 회의를 하던 중, 내가 원하는 것들이 많아지자 기술자가 “하여튼 기획자들은 이게 문제야”라며 나를 자제시켰다. 이 순간 미니멀리즘 다큐멘터리의 메시지가 더욱 와닿았다. 요즘 문화예술기획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경영과 관련한 IT 기획자로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기술과 문화예술경영을 접목하는 시도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하는지 깨닫게 된다.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 같지만, 오히려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기능과 복잡성이 늘어나기 쉽다. 결국 미니멀리즘이 강조하는 ‘덜어내기’는 기술과 문화예술이 만나는 영역에서도 중요한 원칙이 될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경영에서도 미니멀리즘이 주는 교훈은 유효하다. 더 많은 자원을 동원하고 더 화려한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 이것이 지속 가능한 예술과 경영을 위한 방향이 아닐까? 쇼펜하우어가 말한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삶처럼, 문화예술도 불필요한 욕망을 걷어내고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는 실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 미니멀리즘에 대해 고민하다가 문화예술경영까지 오게되었는데 어느정도 인사이트는 얻은 듯하다. 나머지는 실.천.
문화예술경영에 관심이 있다면
예술전공자라면
문화예술분야 사업에 관심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