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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경 Jan 26. 2021

미래의 나에게 19년 전 쓴 편지

아침부터 왜 그랬을까?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옛날 일기장을 꺼냈다. 보통은 밤에 이루어지는 행동인데. 결혼하기 전까지 적었던 일기장을 꺼내 펼쳤다. 그 안에는 내가 그토록 찾던 편지 한 통이 있었다. 이걸 발견하려고 이 일기장을 펼쳤나 보다. 아무리 찾아도 없었던 것이었는데 내가 언제 이걸 여기에 넣어두었었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반가운 마음에 편지를 꺼냈다. 세 번째 읽어보는 편지였다. 결혼하기 전 한 번, 3년 전 한 번 그리고 오늘. 오늘은 읽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저 피식 웃음을 짓고, 또 잃어버리기 전에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사진을 찍어두었다. 



19년 전, 내가 미래의 나에게 쓴 편지. 타임캡슐 같은 것?...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라니. 나는 19년 전 그 날, 미래의 나에게, 미래의 남편에게, 미래의 아이에게 편지를 적었다. 남편에게는 결혼식 날 주었고, 아이에게는 20살이 되는 날(5년 남았다) 줄 예정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내가 힘들거나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읽어보라고 하고 싶었다. (물론 편지를 쓸 때 내 미래의 남편이 누가 될지 몰랐고, 아이를 낳게 될지 말지도 모를 일이었기에 쓸 때는 참 낯간지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적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에게 쓴 편지는 아래에 있다.

https://brunch.co.kr/@dew-0927/112



나에게 쓴 편지를 결혼하기 전 읽은 건 내가 어릴 때 22살에 무슨 생각을 하며 이걸 적었을까 궁금함을 참지 못해 읽은 것이었고, 3년 전은 내가 편지를 적은 의도를 아주 잘 수행하는 것처럼 힘들어서 꺼내 읽은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우연히 찾은 편지가 반가워 읽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크게 보아서는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것 같지만 많이 달라졌다. 




19년 전 미래의 나에게 쓴 편지

미래의 나 자신에게


안녕? 화경아. 내가 이 편지를 언제 뜯을까? 1년 후라면 참 참을성이 없는 것일 테고 시간이 많이 흐른 4~5년 뒤라면 인내력이 대단한 것일 테고. 내가 너에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야.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변함이 없었으면 해서.

지금은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왔단다. 온 지 2주가 조금 넘었어. 시간이 흐른 뒤 여기서 보낸 시간들을 후회 안 했음 하는데. 어때? 후회하니?? NO.라는 대답을 할 수 있길 바랄게.

내가 여기 온 건 일단은 공부 때문이고 그다음은 더 깊은 사람이 되고자 함이야.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세상에 한발 더 앞서가기 위해서. 내가 생각하기 론 사람은 외적보단 내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이 생각이 지금도 변함없는 거지?

아마 이걸 보고 있을 때에도 난 역시나 열심히 생활하고 있겠지?

졸업을 해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어때? 내가 생각하기에 그 직장에 네가 필요한 존재인 것 같니?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지. 난 네가 꼭 필요한 사람이 되었음 해. 있으나 마나 하는 존재는 싫거든.

또한 항상 남을 배려할 줄 알았으면 좋겠고. 이기적이게 되진 않도록.

그리고 언제나 밝은 웃음을 머금고 살고,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지 말어. 또 네가 만약 결혼할 나이가 된다면 그 사람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 그리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지.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고 지혜로운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화경이 너 돈 따지지는 않겠지? 그런 것보다는 마음이 평온한 걸 더 소중히 여겨. 돈은 언제든지 없어질 수 있는 거니까.

화경아. 언제나 너 자신에게는 좀 독하게 해. 그리고 너 자신을 사랑해.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먼 타지에서 난 너에게 이렇게 할 이야기가 많구나. 너 지금도 잘 살고 있지? 항상 후회하지 말길.

그리고 너무 바쁘게만 살지 말고 가끔씩 독서도 하고 여행도 다닐 수 있는 삶의 여유를 가지길... 또한 너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길....


2002.11.11

화경이가. 필리핀서




편지를 적을 때와 가장 달라진 것은 예전처럼 열심히 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2년 전까지만 해도 계속 열심히 살아왔지만 열심히가 답은 아니라는 걸 알고부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 맞겠다. 대신 열심히보다는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충실히 살아가려 한다. 그게 열심히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으니까. 무조건 열심히 하다 보니 놓치는 것들이 생기게 되었고, 그 놓치는 것들이 알고 보니 바로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주어진 삶을 소중하게 충실히 살아가다 보면
그것이 결국은 열심히 산 날들이 되지 않을까?


오늘도 소중한 하루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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