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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경 Aug 03. 2021

글이 사라졌다.

아침에 커피를 한 잔 두고 기분 좋게 노트북을 켜고 예전 글을 찾았다. 책으로도 발간하고 싶었던 글이어서 잘 저장해놓는다고 저장해놓았던 글. 


그랬던 글이 사라졌다. 보이지 않는다. 어디 있지?? 글만 저장해놓은 USB를 찾아보아도, 하드디스크를 뒤져봐도 글은 어디에도 없었다. 분명 몇 번을 저장하고 확인했던 것 같은데 귀신같이 사라졌다. 


물론 수정 전의 미완성본은 남아있다. 하지만 수정 한 뒤의 글은 찾을 수 없었다. 그게 중요한데. 다시 수정하라면 그렇게 못 할 텐데... 아쉬움은 갈수록 더 커져만 가고, 애꿎은 머리만 흐트러트렸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글을 한참 쓰다 저장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노트북이 먹통이 되어 글이 지워졌을 때, 그때의 기분을 말하자면 음식을 다 만들고 나서 식탁으로 가지고 가다가 발을 헛디뎌 쏟았을 때와 비슷할 것이다.  그래도 그건 좀 낫지. 방금 적은 것이었으니 기억은 있을테니.


몇 주가 지난 글은? 사실 가물가물하다. 내가 뭐라고 적었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더라?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 모니터만 원망하며 바라보고 있는다. 그러다 다시 뒤적뒤적. 결국 사라진 글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어느 날, 어느 시간, 나도 모르는 나의 손이 마우스를 클릭한 채 휴지통으로 끌어넣고, 휴지통을 깨끗하게 비웠겠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소각장으로 쑤~욱.


결국 나는 30분째 노트북을 뒤지며 찾다가 포기라는 것을 하기로 했다. 아!!! 


제발 어디 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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