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로 존재했던 순간, 그 공간으로 2

-나 홀로 여행-

by 김화경

여행이 별거인가. 새로운 공간을 가는 것도 좋지만 내가 숨 쉬던 공간을 둘러보는 것 또한 아름다운 일이다. 나의 발걸음은 학교 건물을 지나 다대포 바다가 훤히 보이는 아미산전망대로 향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초여름 날씨. ‘걷기에 나쁘지 않구나’하는 생각을 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숨이 찼다.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이니 당연히 가장 높은 곳일 테고, 그럼 힘든 건 감수해야지. 라며 스스로를 토닥였다. 산을 깎아 만든 곳이라 그런지 마른풀 냄새와 바다 냄새가 공존했다. 다시 10분쯤 걸었을까?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바다가 보였다. 아~ 바다다. 끝이 어딘지 알 길 없는 바다에 멍하고도 멍해졌다. 500m 앞. 드디어 전망대 계단이 보였다. 아무도 없는 이 공간.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도장을 찍듯 한 계단 한 계단을 꾸욱 꾹 눌러 밟으며 올라갔다.


도착이다. 막혀있던 숨통이 확 트였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빛깔이었다. 하늘빛, 에매랄드 빛, 물망초 빛, 마린 블루빛 등. 다채로운 바다 빛의 향연이 펼쳐져 있었다. 누가 파란 물감을 바다에 흩뿌렸을까? 알고 보면 팅커벨이 뿌린 것은 마법가루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물감을 뿌린 뒤 큰 붓으로 한 번 두 번 휘저으면 눈앞의 바다처럼 보이겠지. 다 섞이지 않은, 그래서 다양한 결을 이루는 파란색으로.


다대포 바다의 멋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곳의 가장 큰 아름다움은 바다가 품고 있는 모래 언덕. 갯벌이다. 작은 섬처럼도 보이는 이 갯벌은 한 번쯤 바다를 가로질러 걸어 가보고 싶은 곳이다. 물론 걸어가다가는 물에 빠질 테지만. 아무도 걷지 않은 모래 언덕. 그곳에 나의 발자국 하나 남기고 싶다면 너무 큰 소망인가.


고개를 돌려 다대포 백사장을 바라보았다. 무수히 찍힌 점처럼 보이는 사람들. 분명 저기 있는 사람들은 다들 허리를 숙이고 있을 것이다. 다대포 해수욕장에는 일반 해수욕장과는 다르게 아이들과 함께 갯벌체험을 많이 하러 오기 때문이다. 가보자. 저기 보이는 해수욕장으로.


전망대에서 해수욕장까지는 네 코스 정도의 거리이지만 내려가는 길이기에 역시나 걷기로 했다. 결국은 동네 한 바퀴를 걸어서 돌아본 셈이다.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고등학교 때 많이 다녔던 길이다. 졸업식 때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했던 식당 자리에는 다른 가게가 들어와 있었다. 이럴 때는 씁쓸하다. 나의 추억이 깃든 곳이 변했다는 건 추억이 사라진 느낌이 드니까. 사람은 이기적이어서인지 현재 사는 곳이 개발되는 건 좋아하지만 자신이 살았던 고향은 예외이다. 그 시절 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란다. 변한 곳을 보고 추억을 회상하기에는 낭만적이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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