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by
김화경
Nov 15. 2019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초록 불에 건너야지.”
급할 땐 빨간 불에도 건너면서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넣어야지.”
스르르 손에서 껌 껍질이 떨어지면서
“약속은 지켜야지.”
매번 나중에 해준다며 지키지도 않으면서
말 따로 행동 따로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였습니다. 하굣길에 횡단보도 앞에서 5학년 남학생이 물었습니다.
"선생님 왜 어른들은 빨간불에도 건너면서, 우리들에게는 초록불에 건너라고 해요?"
순간 어른인 저는 부끄러워졌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멋진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왠지 훈계처럼 들릴 것 같아 다른 말은 하지 않고 그냥 인정했습니다. 그리고는 짧게 말했습니다.
"그런 어른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어른도 있어. 선생님은 그렇지 않은 어른이 되려고 노력해. 너도 오늘 일을 기억해서 그렇지 않은 어른이 되도록 해. 알겠지?"
그 물음에 법이니까, 당연히 지켜야지. 같은 말을 했다면 아이는 어른은 왜 법을 안 지켜요?라고 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올해 그 남학생에게서 대학생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고맙게도 그 학생은 그렇지 않은 어른이 되었습니다.
2년 전, 그때와 같은 질문을 딸아이가 저에게 했습니다. 아이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이상할 만합니다. 왜 그런지 말입니다. 어른들은 왜 그런 걸까요? 우리는 그러면 안된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 어른들을 보며 아이들은 무얼 배울까요? 아마도 아이들은 '나도 어른이 되면 저렇게 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을까요?
keyword
어른
교육
아이
3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김화경
직업
에세이스트
소설'사십춘기가 왔다' 출간. 글이라는 친구와 함께 웃고, 울며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중입니다.
팔로워
215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엄마 말 들으랬지?
현명한 선택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