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빠는 자주 싸우시지도 않았는데 그 몇 번이 기억에 박힌 것을 보면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다툼이 깊은 상처임이 분명합니다. 싸우고 나면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엄마도 나갈까 봐 귀를 최대한 기울였습니다. 엄마가 나가면 내일 우리 밥은 누가 챙겨줄까. 나가면 언제 돌아올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엄마는 한 번도 집을 나가지 않았습니다.
딸이라고 있는 아이는 엄마 걱정이 아니라 자신의 입에 들어가는 밥 걱정을 했습니다. 그 일이 너무 미안해 엄마에게 최근 그때 그랬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엄마는 웃으며
"애가 다 그렇지 뭐."
라고 말했습니다. 저라면 아무리 아이라도 섭섭했을 텐데 말이지요.
그러고 보니 엄마는 아플 때도 우리들 밥은 꼭 차례 주셨습니다. 반면 저는 아이를 키우며 아플 때 아이들 밥을 차례 줘야 하는 것이 얼마나 서러웠던지요. 엄마도 서러웠을까요? 서러웠지만 티를 내지 않았던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