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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경 Nov 27. 2019

영화<나를 찾아줘>, 아이가 집으로 오는 그 날까지

아이가 어릴 때 했던 생각 '아이가 일주일만 딱 어디 가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힘들 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잠

시만이라도 내가 숨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만이라도 아이들 없는 곳으로 훌쩍 떠날 수 있다면. 아이를 잠시라도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숨통이 트일 것 같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아이를 몇 번 잃어버릴 뻔한 적이 있었다.


아들이 5살인가 6살 때, 한 번은 백화점에서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내리다 문이 그냥 닫힌 적이 있었다. 내린 사람들 사이에서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들보다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있었고, 아들은 그대로 엘리베이터에 타고는 내려간 것이었다. 몇 층에 설지 모르는 엘리베이터. 나는 딸을 앉고 미친 듯이 바로 옆 계단을 내려가며 각 층마다 엘리베이터가 서는지 확인을 했다. 결국 엘리베이터는 나보다 빨랐고 쭉 내려갔다.


1층에 다다른 순간, 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다행히 아이는 닫히는 문을 보고 "엄마가 동생이랑 방금 내렸는데 문이 닫혔어요. 그래서 저는 못 내렸어요."라고 말을 해 엘리베이터에 있던 사람들이 1층에 내리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합의를 했고, 한 아주머니가 아들을 1층에 데리고 계셨던 것이었다. 잠깐이었지만 나는 입술이 바짝 말랐고,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 짧은 몇 분동안 내가 왜 백화점에 왔던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또 한 번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돌봄 선생님과 함께 다른 동네 축제에 가서는 아이가 길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 당시 나는 일을 한다고 주말마다 사무실에 나갈 때였다. 갑자기 일하는 도중 처음 보는 번호에서 전화가 왔고, 아이가 오늘 축제에 오지 않았냐고 했다. 순간 왜 이런 전화가 오지? 이 사람은 누구지? 어떻게 우리 아들을 알지? 별의별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다행히 연락이 온 곳은 축제를 주관하는 곳에서 설치한 미아보호소였다. 아들이 혼자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저 선생님을 잃어버렸어요. 근데 선생님 번호는 모르니 엄마한테 전화해주세요. 엄마 번호는 알아요. 선생님이 저 잃어버렸다고 걱정하실 거예요."라고 말했다고 했다.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선생님께 전화를 해 "선생님, 지금 저희 아들 찾고 계시죠?"라고 했더니 어떻게 아냐고 하셨다. 아이가 미아보호소에 가 있다고 전화가 왔으니 그쪽으로 찾으러 가달라고 했다. 선생님도  딸이 어리니 딸을 보고 있는 사이 아들이 사라진 것이었다. 아무리 찾아도 아이는 보이지 않았고, 선생님은 남의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온몸에 힘이 다 빠지셨다고 하셨다.

'내가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그래서 아이를 잃어버렸나 봐.'라는 죄책감. <나를 찾아줘> 주인공 정연도 이런 생각을 한다. 너무 힘들었던 시기에 했던 그 생각 때문에 아이가 사라진 것 같다고. 너무 미안하다고.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서인지 그 부분에서부터 눈물이 시작되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나의 마음을 힘들게 했다.


장면 하나하나의 섬세한 감정표현을 영화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해주신 이영애 님, 그리고 유재명 님. 또한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과정에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시켜 준 김승우 감독님.

아직도 많은 부모님들은 아이를 찾지 못하고,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 채,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또한 아이들도 그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안다. 모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그 날까지 기도한다. 빨리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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