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크면서 엄마로부터 한 번도 다른 집 아이와 비교를 당한 적이 없었다. 성적으로든 인성으로든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성적이 좋아서는 아니었다. 왜냐면 아빠는 항상 비교했으니까. 언제나 전교에서 노는 언니들의 성적과 비교를 했고, 손재주가 좋아 뭐든 깔끔하게 잘 만드는 언니들을 보며 아무리 넌 잘 해도 언니들 발톱의 때만큼도 못 따라간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아빠의 말이 상처이긴 했지만 엄마는 한 번도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는 말을 안했고, 우리 막내 때문에 산다는 말을 많이 했기에 괜찮았다.
그런 엄마가 오늘 아침 통화를 하며 처음으로 누군가와 비교하는 말을 했다. 사실 엄격히 말하면 엄마와 다른 엄마들을 비교한 것이지만 말이다.
엄마는 친구들 모임에 갈 때 마다 자식 이야기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왜 그런거냐고 물으니 뜬금없이 왜 우리 딸들은 전문직을 가진 아이가 한 명도 없을까 라고 말하는 것이다. 다른 한 친구는 자식이 다섯이 있는데, 다섯명 다 전문직에 종사한다고. 의사, 학교 교사, 공무원 등등... 그 집만 그런게 아니라 또 다른 집 자식들도 한 명씩은 전문직에 있더라고.
"그런데 우리 딸들은 왜 한 명도 전문직인 아이가 없을까. 그래서 나는 그 모임에 가면 입도 뻥긋하지 못하겠더라."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딱 한 마디만 했다.
"엄마, 자식이 부모 위신 세워주려고 있는 건 아니잖아."
엄마는 그건 그렇지 라고 대답했다.
아마 엄마와 마주보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나는 더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행복하데?"
라던가 아니면
"엄마, 그렇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어. 나보다 잘난 사람도 많지만 안 그런 사람도 많아. 속 썩이는 자식들이 얼마나 많은데."
라던가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그렇게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도 그냥 푸념이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고, 언니들에게는 이런말을 못하니 나한테 한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근데 생각해보니 진짜 엄마 딸들은 그렇네. 우리 엄마가 그게 부러웠구나. 다른 집들은 참 신기하다. 어떻게 그렇게 전문직을 다 가지고 있데? 근데 그렇다고 입도 뻥긋 못하겠다니. 그건 아니다."
라고만 말하고는 훈훈하게 마무리를 짓고 끊었다.
나는 한번도 엄마가 그런 생각을 할 것이라 생각 한 적이 없었다. 그런대로 바르게 자랐고, 지금도 딸 세명 이정도면 괜찮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가 다른 친구를 부러워 할 거란 생각을 못했다. 심지어 둘째 언니는 돈 잘 버는 남편 만나 해외도 자주 나가고 하니까.
엄마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자식이 자신의 전문적인 일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어떤 면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또 다른 면으로는 난 그렇게 생각 안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컸을 때 아이가 좋은 가치관으로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싶다. 내가 20대에 미래 아이에게 쓴 편지에 적었던 것 처럼. 요즘은 좋은 생각으로 잘 사는 것도 힘든 세상이기에 말이다.
아이를 나의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한 사람으로 바라봐 주는 것. 그것은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그렇게 해주어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위신을 세워주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