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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경 Feb 02. 2020

철없는 사십 대여도 괜찮다.

내가 가장 글을 편안하게 쓸 때는 잠들기 전이다. 조건은 옆에 캔맥주가 하나 톡! 따져 있어야 하고,  침대에 앉아 노트북으로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는 맥주를 마시며 글을 적지 않았다. 음... 술을 거의 안 마셨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기억 상으로 그렇게 글을 적은 것이 1년쯤 되었나?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면 무작정 노트북을 켜고 블로그에 술주정을 했다. (나름 자주 마시지는 않았다 생각한다. 한 달에 세 번 정도? 혼자 한 캔씩 마신 게 다니까. 가끔 친구와 한 잔씩 하고.^^ ) 신기하게도 그렇게 마시고 글을 쓰는 것이 나름 치유가 되었고, 오늘은 브런치에 술주정을 하고 있다. 사실 브런치에는 쉽게 끄적대는 글을 적기가 왠지 이상해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블로그에 써내려 갔는데, 오늘은 그냥 브런치에 적고 싶어 졌다.


2월부터 새로운 일을 하기로 했다. 잘 선택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남의 편은 아직도 내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다른 일을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을 텐데 왜 항상 하고 싶은 일만 하느냐고 말이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산거 아닌데. 6년 동안 유치원 영어 강사일을 할 때도 너무 힘들 때는 그만두고 싶다 생각한 적도 많았는데... 말을 안 한 것뿐인데. 마냥 즐겁게 행복하게만 일한 줄 안다.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겠는가? 자신이 정말 그토록 하고 싶었던 꿈같던 일도 하다 보면 그만두고 싶을 때가 수백 번도 더 있을 텐데.

억지로 하기 싫은 일을 하루 종일 하며 행복 없이 지내는 것보다는, 적게 쓰고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돈이 크게 되지 않아도 그런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철없는 사십 대여도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생겨먹은 것을 어찌하랴.


이번에 시작하는 곳은 나를 인정해주시고 먼저 손 내밀어 주셨다. 앞으로 회사가 커나감에 있어 도와드릴 수 있는 것들도 많을 것이고, 내가 성장함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이기에. 또한 재택근무여서 나에게는 시간의 자유가 주어져 더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언젠가 나도 내가 이름 지어준 저 '미소 달'처럼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기를. 내가 나로서 자리 잡아 그 누구의 도움 없이도 우뚝 설 수 있기를. 어떠한 결정도 내가 우선이 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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