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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Feb 03. 2022

자, 다시 리셋

아! 역시는 역시인가.


새로운 새해가 밝으면

마음먹은 대로 '딱'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


어수선한 설날이 지나면

결심했던 대로 '딱'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이 오늘이다.


설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첫날이다.

신청할 일 딱 신청하고 나서 써야 할 글이 있었다.


미리 서류 확인도 했고 단순히 신청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신청 서류 중 다운이 안 되는 게 있는 거다. 인증을 받았는데도 연계가 안되었다며 상담사와 통화를 하란다. 전화를 하니 지금은 통화연결이 어렵단다. (으득)  1:1문의 글을 남겨놓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사실 기다리는 동안 글쓰기를 시작하면 된다. 머릿속에서는 지금 한글 파일을 열라고 소리친다.

손가락은 지지리 말도 안 듣는다. 보시다시피 브런치에 들어와 딴짓을 하고 있다.

풀어야 할 문제집을 앞에 두고 책상 서랍을 열어 정리하는 아이처럼.

시험을 앞두고 노는 아이처럼.


오전에 시작해야 하루가 충실히 굴러가는데 낮 1시가 넘었다. 오늘은 벌써 공쳤다는 생각이 뇌 사이사이로 번진다.

배는 안 고프지만 엄연히 점심시간이다. 시간 구애를 받지 않는 처지인데도 낮 12시가 되면 시간의 그물에 걸려버린다. 온몸의 세포가 무엇이든 일하기를 거부한다.

멈춰! 지금은 밥시간이라고!


공친 오전 시간은 잊어버리자.

오전에 읽기를 마친 이경희의 SF소설 [그날, 그곳에서]의 한 부분이다.


"대체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니?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과거는 바뀌지 않을 거야. (......)."

- 괜찮아요. 과거는 바꾸지 않아도 돼요. 중요한 건 과정이니까.


오늘 써야 하는 글도 애초에 내가 자발적으로 원했기에 쓰는 것이다. 하기 싫은 숙제처럼 느낄 이유가 없다.

관점을 바꿔야겠다.

먼저 점심을 먹자.

점심을 아침으로 인식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리셋하는 거다.

그러고는 해야 할 일을 '딱' 하면 된다.

그래 그래 그러자.

자, 다시 리셋!


photo by dud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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