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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Oct 05. 2022

도수치료와 글쓰기의 연결고리

어깨 통증이 이어지더니 머리를 못 묶는 지경이 되었다. 첫째 군대 보내고 나서, 둘째 수시 원서 접수하고 나서.... 이런 식으로 미루고 미루다 병원에 갔다. 염증 주사를 맞고 도수치료를 권유받았다. 실손 보험이 있지만 보험료만 꼬박꼬박 내던 터라 이참에 도수 치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사실 선입견이 있었다. 내 몸을 누군가가 만지는 게 내키지 않았던 거다. 몸이 아프다 보니 누가 만지거나 말거나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치료석에 누웠다.  


어어! 어어!

조금만 어깨를 누르거나 제쳐도 소리가 나왔다. 잔뜩 긴장해서 예민하게 구니 치료사가 이 환자를 어떻게 다룰지 파악한 것 같았다. 어깨와 팔을 뭉근하게 누르며 천천히 마사지를 해 줬다.

어어~~

시원하다! 그때부터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1회 치료 후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2회, 3회 나날이 나아지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팔을 들어 올리는 각도가 90도에 불과했는데 5도씩 10도씩 각도가 늘어났다. 어깨와 팔이 한 덩어리로 들러붙어 있던 것이 관절을 중심으로 조금씩 돌아갔다.


요즘 주로 하는 일이 써놓은 동화를 수정하는 작업이다.

도수치료를 받는 데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니 글쓰기, 그중에서도 글 수정과의 연결고리가 보였다.


처음에는 전체적으로 근육을 이완시킨다. 그러다가 요주의 힘줄을 건드린다.  '악' 할 만큼 아프다. 그 부위를 피해서 다른 데로 좀 옮기면 좋겠는데 절대 옮기지 않는다. 그 아픈 곳만 줄기차게 공략한다.

"저기... 선생님. 왜 아픈 데만 계속 누르시는 거예요?"

"네, 많이 아프시죠. 그런데 여기가 풀려야 되거든요."

치료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기만 계속 누른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글을 훑어보다 고쳐야 할 부분을 발견한다. 사실 그 부분은 뭔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모르는 척 넘어간 부분이다. 가능한 건드리기 싫었는데, 들여다보고 고치고 하기 싫은데. 그렇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엄두가 안 어물쩍 넘어간 부분을 파고들지 않으면 글이 제대로 될 리 없다. 힘줄을 누르듯 문제 부분을 줄기차게 고쳐야 한다.


치료사가 팔을 잡고 올렸다 내렸다 한다,

"팔이 정말 기시네요."

"좀 그렇죠?"

네네, 저 긴팔원숭이예요. 긴팔원숭이가 어깨가 안 좋으니 이를 어쩌나.

"팔을 이렇게 뒤로 돌리면 어디가 아프세요?"

"글쎄요. 이쪽 근처가 아프긴 아픈데 어디인지 정확하게 짚어서 말하기가 힘드네요."

치료사는 그 근처를 이곳저곳 촉진하고 누르며 반응을 살핀다.


글이 어딘가 삐걱거리고, 매끄럽지 못한데 어떤 부분 때문인지 콕 집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럴 때 참 난감하다. 전체적인 뉘앙스를 바꾸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수정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 지점을 특정할 수 없을 때 막막하다. 그럴 땐 가장 가능성이 높은 예상 부위를 위주로 도장깨기 식으로 고쳐나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전반적인 균형이 잡힌다.


아픈 힘줄을 반복적으로 풀어주니 어느새 아프지 않게 다. 몸의 긴장도 덩달아 풀린다. 그러는 것도 잠시 숨겨졌던 통점이 기어코 발견된다.


그것을 건드리는 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 고통과 번뇌의 시간을 보내야 함이 명약관화하기에 나의 무의식조차도 제발 그냥 지나가길 바랬었건만. 내가 아는 부분을 편집자나 독자가 모를 리가 없지 않나. 머리를 쥐어뜯으면서도 수면 아래 숨겨진 부분을 도려내야 하는 법. 그곳을 완전히 새로운 설정으로, 전혀 다른 아이디어로 채워야 하는 법.


이제 도수 치료는 반 정도 진행됐다.

남은 반 안에 치료가 될 수 있을지 한편으로는 의심이 든다.

의심을 없애는 방법은 치료를 해 보는 수밖에 없다. 글도 마찬가지다.


"어제 톨게이트에서 표를 뽑는데 팔이 하나도 안 아픈 거예요. 그래서 너무 행복했어요. 전 지금 정도만 돼도 만족해요. 삶의 질이 올라갔어요."

"하하, 그러셨어요. 그래도 다 나을 때까지 하셔야죠."


글 수정도 이 정도면 되겠지, 그전에 비하면 이게 어디야, 하며 만족하곤 한다.

그러나 그 수준에 머물면 안 된다.


어깨가 말끔히 나을 때까지

치료하고 또 치료해야지.


고치고 또 고쳐야지.

완전 원고가 되었다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그날까지.


달려가야지. 해내야지. by dud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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