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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Jul 12. 2022

책은 써서 뭐 하나

가재가 노래하는 곳 / 프로젝트 헤일메리

책을 읽을수록

의심이 든다.

나는 무엇을 쓸 수 있을까.

뭔가 쓸 수 있기는 할까.


회의가 든다.

내가 쓰려는 책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런 수작을 쓰는 작가들이 있는데 내가 비비고 들어간들 뭐 하나.

빈틈없이 정연한 문학의 세계에 내가 굳이 뭘 보탤 필요가 있을까.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고서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가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읽고 넉다운됐다.

영화 [탑건]을 보고 나왔을 때, 이거지 이거, 했던 것과 흡사하달까. 영화가 갖추어야 할 전형성에 아련한 향수까지 더해져 재미와 감동이 있그야말종합 선물세트였다. 탑건의 추억이 있는 내 또래한테만 그럴 줄 알았는데, 열아홉 살 아들내미는 무려 2회 차 관람을 하고 왔다.


두 책도 그랬다. 책을 읽는 즐거움에 전문적 지식부터 따스한 인간애(우주에 인간만 있는 건 아닐 테니 '인간'으로 특정 지어 말하기엔 어폐가 있지만)까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에 뛰어난 흡인력과 독창적인 매력까지.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작가는 생태학자다. 전공 관련 저서만 썼던 작가가 70세에 쓴 첫 소설이다. 글 안에 그려진 습지와 대자연의 놀라운 묘사는 나도 그곳에 오래도록 살다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읽는 내내 인간의 지독한 외로움에 깊이 공감하며 주인공의 마음에 침잠하게 된다.


미스터리와 첫사랑의 풋풋한 설렘을 동시에 담아 읽는 재미가 있었다. 뛰어난 번역과 에둘러 감정을 내비치는 작가의 문체도 좋았다.

가난하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모두가 기피하는 한 인간이 있다. 그에 대한 편견은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안에, 공동체 안에 자리 잡았다. 나는 이런 편견에 편승하는 부류인가, 불구하고 손을 내밀 수 있는 부류인가. 옳지만 약한 자의 편에 설 수 있는가, 그저 대세에 동조하지 않는 것에 위안을 삼는가. 아름다운 이야기의 저변에 깔린 이런 물음이 나를 내내 따라다녔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작가는 컴퓨터 공학자다. 영화 [마션]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사실 꾸벅꾸벅 졸면서 읽었다. 공부할 게 있으면 졸리는 고등학생 때의 습성은 곱절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다 읽었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가진 과학적 지식이 얼마나 보잘것없는가를 절감하며 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작품이었다. 도대체 작가는 이 방대한 지식을 요리조리 어쩌면 이렇게 잘 엮었을까. 아무리 다른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다 해도 매끄럽게 연결하는 건 오롯이 작가의 몫이다.

폭염과 도서 대출 연체의 늪에서 벗어나고자 자리한 도서관 에어컨 밑에서 외계 생명체 때문에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게 될 줄이야! 책을 덮으며 속으로 되뇌었다. 징하다, 징해! 어메이징해!


생태학자와 컴퓨터 공학자가 쓴 문학 소설이다 보니 이학사로서 더 자괴감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난 도대체 뭔 공부를 했던 거야. 비싼 등록금 내고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다 까먹고!


어찌 됐든 내 맘대로 선정 올해 상반기 추천 도서 두 권이다. 나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회의에 들게 했기에...

이 책들은 영화로도 만날 수 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영화가 곧 개봉한다고 하고,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고 한다. 영상으로는 어떻게 구현될 지 궁금하다.



할 일이 있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거나

몸이 말을 안 듣거나

머릿속이 멍해지거나

더워서 만사가 귀찮거나

삶이 그대를 속이는 게 빤히 보인다면....

책을 읽어 보자.


사족 : 결론이 좀 뜬금없네요. 사람이 개연성 없는 글을 쓸 때도 있는 거죠, 뭐. 그렇죠?


by dud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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