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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Feb 09. 2022

미련 곰탱이

봄기운이 감지된다.


11월로 접어들면 음습한 기운이 어김없이 나를 짓누르곤 했다.     

'겨울을 어떻게 나지?'

성탄절과 새해와 설날은 겨울나기에 필수 day라고 생각했다. 반짝이고 의욕적이며 분주한 이 날들이 있어 그나마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는 거라 여겼다.


겨울은 춥고 시리고 무겁다. 움츠러들고 정체되게 만든다. 꽁꽁 싸맨 채 견뎌내야 하는 극복의 대상이다. 겨울 필수 day들이 지나가고 나니 모아둔 도토리를 다 먹어버린 다람쥐가 되었다. 남은 겨울은 무엇으로 버텨야 하나.


단단히 무장하고 강변을 걸었다.

바람에 귀가 에인다. 장갑 낀 손이 곱아든다. 낡은 기모 안 무릎이 시리다.

여전히 추웠고 여전히 어깨를 움츠렸다.


그런데 싫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맑고 알싸한 겨울 공기가. 콧속을 파고드는 매콤한 바람이. 시든 풀들이 만드는 사각이는 소리가. 찬바람에 휘날려 나가떨어진 새털구름이.


찬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희미하지만 봄기운이 묻어 있었다.

아뿔싸.

그제야 미련이 몰려왔다. 겨울을 이대로 보내기가 아쉬운 거다. 어떻게든 견뎌내려 했는데 떠나보내려니 아까웠다. 그래서 좋아진 거다.  있을 때 잘할 걸.

남은 겨울의 끝자락이라도 붙들고 늘어져야 하나.

다람쥐는 무슨? 미련 곰탱이가 따로 없다.

모두가 봄의 희망을 노래할 때서야 겨울의 맛을 알아버렸다.


휘날리는 눈보라를 구경할 수 있었던 건

머무를 굴이 있어서란 걸.

굴 속이 그토록 따듯했던 건

굴 밖이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란 걸.

그럼에도 홀로 덜덜 떨며 웅크렸던 건

봄을 떠올리지 못해서란 걸.



강물에 겨울 햇살이 내려앉았다.

윤슬이 크리스털처럼 반짝였다.

눈이 부셨지만 감지 않았다.

아린 눈으로 오래도록 서서 바라보았다.

겨울 새들이 크리스털 물비늘 사이를 오갔다.

목까지 올렸던 외투 지퍼를 내렸다.

찬바람이 훅 파고 들어왔다.

시.원.했다.


물가에서 쉬고 있는 민물가마우지와 청둥오리 떼   photo by duduni
내가 그러려고 다가간 게 아닌데... 도망가는 새떼   photo by duduni
거짓말 같은 크리스털 윤슬   by dud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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