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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Nov 26. 2020

공모전에 떨어지는 데는  이골이 났다.

동서문학상 맥심상이 왔어요.

공모전에 작품을 보내고 나면 계속 마음이 붕 떠 있다. 지푸라기 같은 기대&실낱같은 희망 때문에 둥둥 떠다니나 보다.


발표일까지 보통 두세 달은 기다려야 한다. 참으로 인고의 시간이다.

당선자는 며칠 전에 개별 연락을 준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발표일 즈음에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건 떨어진 거다. 그런데도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다.

당일 연락받을 수도 있지. 전에 어느 작가는 발표난 줄도 모르고 낮잠 자다가 연락받았다잖아.


이런 비합리적 기대를 가지고 버틴다. 발표일까지 꾸역꾸역 기다려 당일, 당선인 명단에서 기어이 다른 이의 이름을 보고 나서야 뒤늦게 탈락했음을 받아들인다.

아, 그렇구나.
또 안됐구나.

반복, 또 반복.


딱 한번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작년 겨울 신문사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두두니 작가님이시죠? 00 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네?!!  저, 정말요?"

입틀막.

그렇게 동화작가로 등단하게 되었다.


신춘문예 동화는 단편이기에 출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공모전에 계속 도전을 해야 했다. 투고를 할 수도 있겠지만 공모 당선으로 출간하는 가장 이상적인 루트를 밟고 싶어서다.


사실 투고도 쉽지 않다. 투고 성공확률이 공모 성공보다 낮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어쨌든 투고는 출판사 선정부터 기획서 작성까지 또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공모 도전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동시에 투고도 준비하고 있다.


자고로 공모란 조건에 맞는 곳에 응모해야 하기에 공모 일정을 자주 살피는 편이다.

그러던 중 동서문학상이 눈에 띄었다. 동서 문학상은 일단 수상자를 아주 많이 뽑는다. 그 점이 큰 매력이었다. 게다가 2년마다 열리는 공모라고 하니 더 혹했다.


공모 자격을 꼼꼼히 들여다보는데 해당 분야에서 '신인'만 뽑는다고 했다. 등단한 동화 작가의 경우 동화, 동시 두 부문 모두 응모할 수 없다고 했다. 그때 보이는 게 수필이었다. 수필이라면 간간히 끄적여 둔 글을 정리해서 내볼 법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글을 고르고 정리해서 온라인으로 응모를 했다.

 

발표일이 되었다. 늘 하던 식으로 발표일을 체크해 두었고 당일 사이트에 들어가 공지를 읽어보았다.

........ 없다.

아, 전화가 없더니 역시 없구나.

금상, 은상, 동상, 가작.... 온갖 찬란한 상에는 내 이름이 없었다.


응?

더 보기를 눌러 100명을 주는 맥심상에 살짜기 쓰인 이름.

있네?

있다!!

그렇게 맥심상을 받았다. 수필부문에서.


이 맥심상이라는 것이 기분을 미묘하게 만들었다.

좋기도 하면서 동시에 서운하기도 했다.

1명이 아니고 130여 명 안에 뽑혔다는 말이다 보니 대놓고 좋아하기도 좀 머쓱하다고나 할까?

주력분야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름이 있어 위안이 되었다.


며칠 후, 주최사에서 전화가 왔다.

"동서문학상 맥심상을 받으셨어요. 축하드립니다!"

이미 알고 있었고 입틀막 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매우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네."

목소리가 생각보다 더 무심하게 튀어나왔다. 전화 건 사람은 살짝 당황하는 느낌이었다.


공모전 '대상'을 알리는 전화를 받으면 호들갑 떨지 말고 당연한 결과라는 듯이, 차분하게 전화를 받아야지.... 하고 상상했었는데. 맥심상에서 그 상상을 이룰 줄이야.


마음속에서 만족과 불만족이 오락가락한다.

이왕이면 시상식에 초대되는 상을 받으면 좋았잖아(맥심상은 시상식이 없음). 동서 문학상은 시상식이 멋있는 걸로 유명하더구만. 거기 한번 가보고 싶은데. 으허.
욕심도 많지. 수필 부문 첫 도전에서 상 받은 게 어딘데.. 3천 몇백 명 중에 받았으면 잘한 거지. 열과 성을 다한 것도 아니면서. 쯧쯧.


그리고 오늘, 택배가 왔다.

수상자들에게 주는 것이었다.

상장과 캘리그래피 액자, 수상집, 음악 USB와 함께 맥심 커피!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신다면

뭐, 좋다.^^

커피 한 잔 태워 음악 들으며 수상작품집 읽어봐야겠다.

커피는 역시 맥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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