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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Jan 03. 2021

새해에 아무 다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해가 바뀌었다.

새해가 밝았다.

어영부영하다 보니 바뀐지도 사흘이 지났다.

올 새해에는 아무 다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더는 어떤 다짐도 하고 싶지 않다.


작년 한 해는 참 부지런히 보냈다. 코로나라는 외부 요인이 있었음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

루틴을 정해가며 하루하루 즐겁게 임했다. 즐거움의 원천에는 희망과 기대가 있었다. 이렇게 즐겁게 열심히 사는데 좋은 결과가 있겠지, 하는 희망과 기대 말이다.


결론은 쪽박이었다.

여는 족족 허탕이었고 기대 이하였다. 건질 꺼리는 없었고 유의미한 결과는 없었다.

실망이 큰 만큼 내 뜻과 상관없이 떠오른 새해의 태양도 그리 반갑지도 않다.     


그런 것 있지 않나.

넘어져도 우뚝 설 생각에 발딱 일어나 다시 달리곤 했는데, 문득 우뚝 서지 못할 것 같다는 기분.

뛰고 있는데도 넘어질 게 뻔히 보이는 그 기분.

하도 넘어지다 보니 또 넘어질 생각에 순간 지긋지긋하고 구질구질해지는 기분.


별다른 일없이 3일이 지나갔다.

새해가 뭐 대순가. 정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지 않나.

어제 떴던 그 태양이 또 뜨는 것뿐인데.

이렇게 냉소적인 삐딱함으로 2021년을 살고 있다.


어떤 다짐도 기대도 없이 새해를 맞는 소감을 묻는다면, 별로다.

추천하고 싶지 않다.

다짐을 하고도 3일을 못 넘길 수 있지만, 다짐도 안 하고 3일을 지내는 건 더 끔찍하다.


이렇게 뻗대고 있어도 언젠가 내가 다시 다짐을 하게 되리라는 걸 안다.

그래야만 살아갈 힘을 얻을 테니까.


새해는 모두에게 밝아오는 게 아니다.

내 마음이 진정 새 날의 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아직은 반항하듯이 이렇게 널브러져 있고 싶다.

내게 새 해가 너무 늦지 않게 떠오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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