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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Apr 21. 2021

봄을 걷다

인생의 황금기가 언제였나요?

인생의 황금기가 언제였나요?

'아직 내 인생의 황금기는 오지 않았다'라고 답하고 싶으신가요?


돌아보면 저는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가  아니었나 생각돼요. 왜냐구요? 딱히 걱정거리가 없었거든요.

아이들은 한창 엄마 손이 많이 가는 나이가 지났고, 초등생이라 학업 스트레스도 없으니 재미있게 학교 다니고 건강히 뛰어놀았던 때였습니다. 학원을 안 다니니 교육비 지출도 별로 없어 우리 부부는 각자의 관심사에 투자할 여유도 있었지요. 남편은 좋아하는 운동에, 저는 그림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시기였어요.

가족 구성원 모두가 걱정, 스트레스 없이 하고픈 일을 하며 알콩달콩 재미나게 사는 시기라면 황금기라 할 법 하지요?


그 황금기의 어느 봄날, 우리 부부는 가까운 경주로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우리가 선호하는 장소는 '한적한' 곳이 대부분이었어요. 일단 복작거리지 않는 곳이 기본 조건이었고 동시에 자연을 만끽할 수 있겠다, 싶으면 구석구석 찾아다녔지요.


우연히 알게 된 이곳은 그런 조건에 딱 맞았습니다. 관광지가 아닌, 삼림을 연구하는 연구원이었어요.  나무가 우거진 곳에 들어서는 순간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져 청량하다는 느낌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그늘 한가운데로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개울을 가로질러 외나무다리가 놓여 운치가 있었어요.


<봄을 걷다> oil on canvas.  60.6x60.6    by duduni


이쪽에서 건너다본 개울 너머엔 나지막한 둔치에 벤치가 놓여 있었습니다. 나무 사이사이로 햇빛이 반짝이며 빛을 뿜었고 둔치에 난 풀 위로 비스듬하게 난 햇살 길이 마음을 설레게 했지요.

개울에는 초록과 연두가 찰랑댔고 환한 햇빛도 함께 물결을 타고 노닐더군요. 이리저리 휘어진 짙은 나무줄기는 춤을 추는 혹은 스트레칭을 하는 듯 리드미컬했습니다. 둔치와 나뭇잎 사이에 있는 빈 바깥 공간엔 눈이 아릴 만큼 뽀얀 빛이 쏟아져 내려 나무줄기들이 은은하게 얼비쳤답니다.


이 싱그러운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카메라로 찍는 내내 캔버스에 옮길 생각에 붕 뜬 기분이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인생의 황금기, 인생의 반짝이는 봄날을 담은 이 그림의 제목은 '봄을 걷다'입니다.

그 시기를 떠올리니 절로 웃음이 지어집니다.


인생이 늘 황금기일 수는 없지요. 황금기가 아닌 시기는 뭘까요? 청동기? 철기? 스테인레스기?

지금이 어떤 시기이더라도 인생의 황금기를 떠올리며 힘을 북돋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지금을 황금기로 만드는 거죠.

내가 황금기라 부르니 현재가 내게 다가와 황금기가 되었다... 하면서요.


사족을 붙이자면, 이후 이 장소는 명소가 되어 사시사철 사람들로 북적였으며 외나무다리는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줄을 서지 않으면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되었답니다. 인파에 너무 시달린 탓인지, 2여 년 전부터 자체 공사를 명목으로 통제가 되고 있으며 언제 개방될지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림으로 즐기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nLbXqCG0Exc 

 <둘만의 왈츠>

정중한 작곡가의 OST.

이도우 작가 원작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 삽입된 곡입니다. 가슴 설레며 읽었던 책을 드라마로 만나는 느낌이 색달랐습니다. 남녀가 왈츠를 추는 아름다운 장면에 흘러나온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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