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이 내는 소음에 불편함이 느껴지는 나이인가 봅니다.
그동안 나는 소음을 내는 쪽에 가까운 말이 좀 많은 사람이었다. 지금도 조용한 쪽보다는 시끄러운 쪽이랑 더 가깝지만, 목소리가 큰 동료랑 같이 근무하는 것에 대해 심리적으로 크게 불편감을 느껴보니 정말 조심해야 되겠다는 반성을 했다.

사실 나는 주변의 소음에 크게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 무던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가끔 주변 동료들이 소음을 크게 내며 소란스럽게 이야기할 때, 조용히 해달라는 얘기를 하는 동료를 보면, 참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안타깝게 생각했었다. 그랬던 내가 이렇게 동료가 내는 소리에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느껴져서 고통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직장에 가기 싫어진 이유가 동료가 내는 말소리 때문이라면 믿어지려나?

처음에는 항상 열심히 학생들과 매 쉬는 시간마다 상담하는 동료교사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는 쉬는 시간에도 정신없이 업무처리를 해야 했지만, 동료교사가 큰소리로 아이와 상담하는 내용이 귀에 아주 명확하게 들리는 게 내 업무를 방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3월에 새로 부임한 학교가 돌아가는 상황이 잘 파악되었고, 16년간 고등학교에서 근무했었고 5년 만에 담임을 하는 나에게 중학생 아이들의 특성이 파악돼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3,4월의 긴장감과 빡빡한 일정도 끝날 무렵인데 5월이 되어도 이 학교는 3월과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새로운 일들이 쏟아져 나오고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새로운 업무, 연수, 학생지도 등의 연속이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데, 같은 교무실의 동료교사는 아직도 쉬는 시간, 심지어 수업시간마저 학생 상담에 열정을 쏟고 있다. 3달째가 되니 더 이상 상담하는 내용이 듣고 싶지 않고, 목소리를 좀 낮춰달라고 예의를 갖춰 말하고 싶었지만, 내가 마음이 여려서 그런지 혹시나 상처받을까 봐 열심히 일하는 저경력 교사에게 충고나 조언을 하는 의지는 매번 꺾여 버렸다. 내 귀에는 피가 나는 느낌이 들었지만, 참고 또 참았다. 그러다가 우리 집 중고등학생 두 딸이 나의 이런 고민을 듣고,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을 추천해 줬다. 역시 고민은 혼자 담고 있으면 안 되는 것이다. 쿠팡으로 새벽배송을 시켜서 내일 7시 전에 현관 앞에 제품이 도착한다. 벌써 학교 가서 헤드셋을 끼고 일할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헤드셋을 끼고 하는 학교 업무에 대해 다음 글을 작성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헤드셋으로 소음 문제가 잘 해결되었으면 한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