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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풍뎅이 Dec 30. 2019

아이와 겨울방학 나기


아이의 겨울방학이 이제 5일 차에 접어들었다.


짧다면 짧은 8일의 방학이지만 집에서 단둘이 보내면 너무도 긴 시간이 될 것 같아 크리스마스에 동생네로 왔다. 제부의 계속된 야근으로 지칠 대로 지친 동생과 공동육아도 하고 같이 회포도 풀 겸.(조카는 두 살이다. 게다가 뱃속에 둘째까지 있다.) 첫째 날까진 잘 놀더니 예상을 깨고 이틀째부터 둘의 치열한 다툼이 시작됐다.


고성이 오가는 것은 물론 딸아이는 어른들의 관심이 다 동생한테만 간다고 생각해 엄청난 샘을 부리고 있다.

되도록 때리거나 아프게 하지 않으면 간섭을 안 할 생각이었지만 화가 날 때 동생을 때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르며 언성이 절로 높아진다.

 

되도록이면 조카를 안아주지 않고 아이가 지켜볼 땐 아예 놀아주지도 않았는데 계속 저런 행동을 하니 그동안 다짐했던 것들이 다 물거품이 돼버리는 듯하다. 오늘만 해도 몇 번이나 동생을 때리고 소리를 질러(동생도 지지 않는다.) 머리가 지끈거려 "이럴 거면 집에 가자." 버럭하고 짐을 주섬주섬 쌌다.

울면서 아니야 집 안갈거야 하는 모습에도 쉽게 화가 풀리지 않았고 결국 눈물 콧물 다 빼고 나서야 마음이 가라앉았다.


매일 혼자만 사랑을 독차지하다 동생과 같이 사랑 을 나누는 게 영 어렵고 많이 서운한가 보다. 나도 어릴 때 질투가 어마어마했다던데. 이런 것까지 닮는 걸까?


우리 딸은 질투가 조금 심한 편인 것 같다. 어린이집 친구의 원피스며 신발을 보고 샘을 내고 새로운 자전거를 타고 오면 길에서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또 체구가 작은 편인데 왜 친구들이 본인보다 더 큰지, 선생님이 나는 키가 작다고 했어. 라며 굉장히 속상해하기도 한다.


자존감이 낮은가 걱정도 되고 웬만한 것은 맞춰주고 나름 공감도 많이 해주려 하지만 이럴 때는 참 어렵다. 첫째라 지침이 될만한 사람이 없어 때로는 작은 행동에도 과민반응을 보여 아이를 잡고 있는 게 아닐까. 혹은 고쳐야 할 버릇인데 너무 방관하는 게 아닐까. 혼란스럽다.


한바탕 눈물을 쏟고 아이만 데리고 나가 잠옷도 사주고 밉다던 동생 내복도 고르고 좋아하는 쌀국수도 먹고 같이 카페도 다녀왔다. 카페에서 사탕을 쪽쪽 잘 먹고 있길래 "잠깐 앉아있어. 엄마 커피 주문하고 올게" 후다닥 주문하고 있으니 엄마엄마 우는 소리가 들린다. 황급히 자리로 돌아가 보니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엄마 왜 나가셨어요.” 울며 말하는 딸을 보고 잠시라도 등을 돌리고 자리를 떴던 나의 행동이 아차 싶었다. 마음껏 아이에게 화풀이했던 오전 시간도 진심으로 후회스러웠다.


아직은 엄마가 세상의 전부일 아이. 엄마를 제일 사랑해주는 이 아이와 남은 방학을(내일과 모레 이틀 남았다.) 적어도 후회는 남지않게 평온하게 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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