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수풍뎅이 Jan 04. 2020

1월의 첫 번째 편지


안녕 우리 딸. 일주일 방학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어. 


어김없이 개학 전날 그러니까 엊그제 저녁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한껏 짜증 부리며 우는 너의 모습에 아빠랑 한번 피식 웃고 말았어. 엄마도 학교 다닐 적에 항상 개학이 다가오면 너처럼 마음이 슬펐거든. 그래서 너의 가기 싫은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가.


개학날 아침 또 가기 싫다 떼를 쓸까 걱정했는데 담담하게 옷도 입고 양치질도 하는 모습을 보고 '오 웬일이야. 저 예민쟁이가' 생각했어. 그렇게 너는 어린이집으로 엄마는 오랜만의 자유시간을 보냈지. 매일 같은 일상이라 소중한 걸 몰랐는데 방학 한번 지내고 나니 홀로 글도 끼적이고 책도 읽고 심지어 집안일하는 것도 어찌나 신이 나던지. 방학이 엄마에게 많은 걸 알려주고 갔네.


다음 달이면 정든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새로운 유치원에 갈 준비를 할 텐데, 친구 한 명과 같이 가긴 하지만 그래도 낯선 장소, 낯선 친구들에 처음엔 많이 힘들 거야. 그래서 입학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좀 불안해지기도 했었어. 제일 친한 친구와 '같은 곳'으로 보내야 되나 고민도 많이 했고. 그런데 아침에 담담하게 등원한 너의 모습을 보고 그건 괜한 엄마의 걱정일 수도 있겠다 싶어.


늘 예민하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게 힘든 아이라고만 여겨왔는데 전날까진 슬펐다 다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의외의 모습도 있고, 너의 내면은 엄마의 좁은 시야로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나봐.

그러니 딸이니까 엄마인 내가 다 안다고 함부로 단정 짓지 말아야지. 사실 할머니도 엄마를 잘 몰라. 엄마와 이모들 중 몸도 제일 약하고 먹는것도 부실하고(사실 제일 많이 먹는데 말이야)마음 씀씀이도 제일 착한 줄 아셔. 그렇지 않은데.


이제 막 다섯 살 언니가 되었다고 좋아하는 우리 딸. 너에게 있을 새로운 변화를 묵묵히 응원할게.

잘 자고 내일 아침에 만나자.

매거진의 이전글 12월의 세 번째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