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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풍뎅이 Jan 13. 2020

1월의 두 번째 편지

동생을 좋아하는 너를 보며


안녕 우리 딸. 2020년 새해가 밝았다고 떠들썩하던 게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13일이네. 


지난주 엄마 생일도 축하해주고 주말엔 난생처음으로 목욕탕과 찜질방을 가봤지. 혹여나 미끄러질까 조심스러워 목욕탕은 한 번도 데리고 가본 적 없는데 물놀이할 수 있는 탕이 몇 개나 있는 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 지며 엄청 즐거워했던 너의 모습이 아직까지 선하다. 


늘 목욕탕은 이모들이나 할머니랑 갔었는데 너와 가니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부터 시선집중이라 조금 민망하기도 하더라. 아기가 예쁘다는 칭찬과 너의 등에 있는 커다란 점은 왜 생긴 거냐부터 둘째는 안 갖냐는 사람들의 말에 엄마도 낯가리던 너와 똑같은 심정이었어. 

많은 말들 중 동생은 안 만들어주냐는 말은 주말 내내 엄마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더라.


어제 키즈카페를 갔는데 어린 동생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언니가 해줄게"" 언니 따라 해 봐" 카페에 있던 예쁜 신발도 가져가 신겨주는 모습을 보고 이대로 혼자 자라도 괜찮을까 자꾸만 고민이 돼.


'둘째는 없다' 고 확고하게 아빠와 다짐했는데 동생들을 유독 좋아하고 주말에 어딜 가든 혼자 놀게 되니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고 나중에 엄마 아빠가 없는 날이 오면 혼자 남겨질 우리 딸이 걱정되기 시작했어.


엄마가 되고 느낀 건 출산도 어렵지만 육아는 더더욱 힘들다는 거야. 그래서 동생을 낳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용기가 선뜻 나질 않아. 남들은 돌만 지나면 아이가 너무 예뻐 둘째 생각이 난다던데 엄마는 모성애가 부족한 걸까. 이제 많이 자라서 손이 덜 가고 엄마 몸도 살 것 같은데 다시 신생아를 돌볼 고된(?) 생각을 하니 지레 겁부터 먹게 되네. 


엄마는 아이는 하늘이 내려주는 거라 생각해. 너도 엄마 아빠에게 찾아온 특별한 선물이야.

아빠 말대로 둘째를 갖자며 굳이 계획하진 말고 언젠가 하늘이 우리에게 둘째, 너의 동생을 내려주면 기쁜 마음으로 환영해줄 생각이야. 열린 마음을 가지려고. 


지금쯤 점심 먹고 양치하고 있겠지? 이따가 아침에 한 약속대로 1등으로 데리러 갈게.

세시반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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