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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풍뎅이 Jan 21. 2020

아이의 바다

어쩌면 아이가 주고 있을 무조건적인 사랑



골반과 허리 그리고 목까지 어디가 먼저랄 것도 없이 출산 후 통증이 심해졌다. 저 세 부위(?)가 안 좋아 그런지 팔다리가 저리고 아플 때가 많다. 그래서 매일 살기 위해 스트레칭을 한 시간 가량 한다. 동생은 매일 어떻게 하냐 자기 관리 철저하다면서 농담 삼아 얘기하는데 정말 살기 위해 한다는 말이 맞다.


저릿저릿 아플 때는 신경이 곤두선다. 같은 상황에서 몸이 아플 때와 가뿐할 때 아이를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아이 입장에선 황당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아이에게 원망과 화를 마구 쏟아내면 바닷물에 떠밀려 온 해초며 조개껍질 같은 온갖 것들이 백사장에 남듯 후회와 자책 못난 화풀이 뒤에 오는 후련함 같은 여러 감정들이 마음속에 휑하니 남아버린다.


그래도 용기 내서 아이에게 한 번씩 웃어주거나 '엄마가 미안해.'란 말을 하면 늘 아이의 대답은 한결같다. 엄마 나도 미안해. 내가 떼써서 미안해. 그리고 세상 환히 웃어준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인 줄로만 알았다. 부모는 항상 자식에게 희생하며 모든 것을 내어주고 내리사랑이라 일방적으로 사랑만 주는 존재라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집 다섯 살 꼬마는 엄마가 감정조절을 못해 화를 내거나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저를 품어주지 못하는 순간에도 용서해 준다. 그리고 엄마를 조건 없이 사랑해준다. 나도 아이도 똑같은 다섯 살이라 여기며 엄마가 처음이라 그렇다는 변명을 하기 바빴는데 이런 순간엔 내가 더 어린아이가 된다. 감정을 남기지 않고 포용하는 따뜻함을 보여주는 아이 모습에.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에게 고맙다 얘기한다.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듣기 좋으라고 하는 낯간지러운 말이 아니다. 엄마로 지내보니 나를 성장하게 하는 힘은 아이라서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말이다.

진심으로 고맙다. 사람이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랑을 다른 누구도 아닌 딸이 엄마인 나에게 순간마다 알려주어서.

사랑으로 성장하는 건 어쩌면 아이보다도 부모일지도 모른다.


엄마니까 아빠니까 아이의 마음을 함부로 다루는 실수는 하지 말자고 아로새겨야겠다. 몸집은 작아도 사랑이 가득 한 가슴에 생채기 남지 않게.

 

아이의 바다에 물이 들어오고 나가도 지워지지 않는 그 무언가는 없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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