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입고 가는 날
우리 딸은 아침에 일어나면 어린이집 갈 생각에 침울해지나 보다. 가기 싫어 괜히 심통 부리는 일이 많다. 오늘은 달랐다. 눈을 뜨고 엄마 엄마 내가 가습기 끌게 하며 버튼도 누르고 "일어나세요." 상냥하게 엄마 아빠를 깨웠다. '웬일일까 얘가...'
예쁜 한복 입고 갈 생각에 들뜬 모양이다. 명절이 다가올 즈음, 어린이집에선 항상 명절맞이 행사를 한다. 그리고 오늘이 그날이다. 인절미도 만들고 제기차기, 윷놀이도 한단다. 특별히 오늘은 한복을 입고 등원시켜달라는 공지가 있었다.(지금까진 항상 옷가방에 싸서 보냈다.)
공주 치마를 좋아하는 다섯 살은 한복 역시 좋아한다. 그전 한복이 작아져 새 한복을 사줬는데 마음에 쏙 들어한다. 분홍색을 좋아하는 딸을 위한 색동저고리에 분홍치마. 제 발이 안 보일 정도로 긴데 더 길면 좋겠다는 욕심(?)도 부리고 집에서도 수시로 입으려 한다.
한복을 이리 좋아하니 아침이 평소와는 다르게 수월했다. 매일 머리 좀 묶자며 애원하고 협박해봐도 풀고 다니던 머리를 오늘은 단정하게 묶는다며 얌전히 앉아있었다. 예쁘게 차려입고 머리도 땋아 하나로 묶고 한복과 어울리는 머리띠까지 해주니 곱다. 남편도 씻고 나와 아이 모습을 보더니 예쁘다고 감탄했다.
자식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엄마 아빠지만 그래도 내 새끼라 팔이 안으로 굽는지 진심 곱고 예쁘다.
간단히 밥을 먹이고 양치시키는 것도 힘들던 아침인데 오늘은 순순히 미역국에 밥도 두 번 말아먹고 양치질도 잘하고 집을 나섰다.
치마가 기니까 이렇게 잡고 갈 거야 속에 입은 바지가 다 보이게 훌러덩 들춰 잡고 사뿐히 걷는다.
한복이 우리 딸을 이렇게 기분 좋게 만들었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고 "오늘 재밌게 보내고 와." 어린이집 현관 앞을 뒤돌아 나왔다.
아이를 보내고 똑같은 오전을 보내고 있던 중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올 겨울에는 눈을 보기 힘들다 했는데 눈발이 제법 많이 휘날린다. 바람에 날리는 눈이 희고 어여쁘다. 한복을 곱게 입은 어여쁜 아이 머리 위에도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이 눈이 오후 내내 계속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