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3:27

by 송해리

눈이 진짜 많이 내렸고 심지어 첫눈이었다.

외롭기만 했던 산책이 하고 싶어 진 요즘. 저벅저벅 눈 위의 낙엽을 걸었다.

노란 은행잎, 갈색 낙엽들이 패턴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럭키랑 같이 나왔으면 좋았겠다고 그리운 마음이 들었지만

럭키 신발이 아직 오지 않아서 함께 할 수 없었다.

대신 신발 신고 나온 강아지들과 눈 맞추고 인사했다.


문득 진하게 사랑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가 나이고, 내가 그인 것처럼 사랑하고 싶었다.


사랑받는 능력이라는 게 있다면, 가장 먼저 습득하고 싶은 능력이었다.


엄마가 도토리가루를 사다 줬던 게 가장 크게 사랑받는다고 느꼈던 최근의 일이었다.


'나 도토리묵 또 쒀줘.'라고 했는데, 엄마가 가루를 사 왔고,

아빠가 쒀줄 계획이다.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편했고,

나는 엑스트라로 그를 추켜세워주는 것에 몰두하기도 했다.


또는 나만 주인공이 되려고 다른 이들의 욕구를 외면하기도 했다.

이제 그 중간 지점 어느 곳에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었다.

수많은 생각과 감정은 땔감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피로를 불러올 때가 있다.


감정이 깊은 나는 어느 정도의 땔감은 버릴 필요도 있고, 그저 지나쳐버릴

용기와 단호함도 필요하다.


이번 주 과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물어본다.

책을 보고 싶고 미뤄둔 일도 하고 싶다.

럭키랑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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