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서 가장 행복한 3개월
생에서 가장 행복한 3개월을 보냈다. 매일 눈뜨고 눈감을 때까지, 모든 시간이 평화롭고 행복했다. 내 생에는 다른 행복한 순간들도 참 많았었다. 그런데 왜 '유독' 이번 3개월이 행복의 정점을 기록했을까? 냉정하게 원인들을 생각해 보았다.
먼저 러프하게 생각나는 것을 적어보면..
1. 갓 결혼을 하고 제대로 독립! 우리만의 보금자리가 생김.
2.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출발. 희망이 가득함.
3. palos verdes가 너무 아름다워서
4. 완벽한 날씨. 매일 23도, 선선한 바람, 따뜻한 햇살, 기분 좋은 날씨
5. 미국 특유의 여유로운 문화 속 여유로움 느낌
6. 남편과의 관계가 너무나 좋고, 서로 깊게 사랑함
7. 요리하는 삶의 즐거움.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매일 요리해서 먹음.
8. 일주일에 3번 남편과 함께 땀 흘려 운동하기.
9. 소음이 전혀 없는 평화로운 동네에 살기.
10. 주말마다 새로운 장소에 놀러 감.
11. 침실에 핸드폰 가지고 들어가지 않기 룰을 정해서, 자기 전 핸드폰을 보지 않고 남편과 함께 책을 읽다가 잠. (수면의 질이 높아짐)
12. 매일 남편과 손잡고 동네 산책함.
13. 일에 관한 스트레스가 하나도 없었음.
14. 결혼으로 인한 마음속 깊은 안정감.
15. 매일 물 마시기(나는 원래 물을 안 마셨는데, 아이작이 매일 물을 떠다줌)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봤는데, 이중 가장 핵심적인 요소들을 골라보았다.
첫 번째는 '날씨'의 영향이 컸다. Palos Verdes는 정말 독특하게도 날씨가 좋았다. 독특하다는 게, 여기서 30분 이상만 나가도 날씨가 확 더워졌다. 그런데 이곳은, 정말 이상하게 항상 23도를 유지하며 날씨가 그야말로 완벽하게 좋았다. 날씨가 좋으니 밖에만 나가도 기분이 좋아졌다. 짜증 나게 하는 요소가 하나도 없는 느낌이랄까. 덥고 습한 날씨에 있다 보면 짜증이 올라오기 마련이다. 너무 추우면 움츠려 들고 날카로워진다. 이곳의 날씨는 완벽했고 그것이 행복에 큰 영향을 줬다. 그냥 천국 같았다. 매일 감탄하게 하는 날씨의 PV.
날씨와 더불어 아름답고 고요한 '자연' 속에 있다는 것도 행복에 큰 영향을 줬다. 강남 한복판에 살았을 땐, 아침에 소음을 듣고 일어났고 기분이 나빴다. 빵빵거리는 소리, 포클레인 뒤로 가는 삐삐삐 소리, 북적북적한 소리들이 아침의 평화를 깼다. 그와 비교해 이곳은 고요했다. 그리고 자연이 살아있었다. 나무와 꽃으로 가득했고 매일 돌고래, 다람쥐, 토끼, 도마뱀을 만날 수 있었다. 매일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바다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행복을 선물해 줬다. 내가 경험한 바론 고요한 자연이 최고다. 도시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인생에 파트너가 생김으로서 얻는 안정감도 이전 행복들과 차별화된 점이다. 이전에도 좋은 날씨에, 고요한 자연 속에서 머물렀던 때가 있었지만, 항상 마음 한편에 '불안감'이 있었다. 또렷한 형태의 불안도 있었지만 실체가 없는 그 어떤 불안감이 있었다. 그 실체 없는 불안감이 내 짝을 만나고 사라졌다. 더불어 세상적인 욕심들도 많이 사라졌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둘 다 각자 밥벌이는 할 수 있으니 먹고살 걱정 없고, 완벽한데? 뭘 더 원해? 이런 느낌. 이 전엔 세상에게 인정받으려고 아등바등했었다. 이제 우리가 인정받아야 할 건 각자 자신과 서로 뿐이다. 이러한 모든 것은 '안정된 행복'을 선물해 줬다.
건강한 루틴은 원래도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작과 결혼하며 몇 개를 더 추가했다. 핸드폰을 절대 침실에 가져가지 않기 규칙을 정했는데, 이게 엄청 행복에 큰 영향을 줬다. 자기 전 누워서 인스타나 유튜브를 보다 보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고 잠도 늦게 들어서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의 끝을 성경 읽기와 감사한 것 나누기로 마무리하니 푹 일찍 기분 좋게 잠에 들었다. 그렇게 잠이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도 기분이 좋았다. 하루를 잘 마무리하고, 또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
마지막으로 '요리'를 했던 것도 행복에 큰 몫을 차지했다. 요리 자체가 행복했고, 내가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아이작과 함께 먹는 행복이 아주 컸다. 내가 먹는 게 곧 나다! 건강함을 먹으니 건강해졌다.
정리해 보자면, 내가 행복했던 이유는 매 순간이 건강했던 것 같다. 남편과의 건강한 관계, 잘 자고 잘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욕심 없는 건강한 정신상태, 건강하게 살아있는 자연, 그런 자연을 거닐며 매일 산책하기 등등...
나는 인생을 그냥 살아가지 않고 스스로 최적의 환경을 '설계'해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커다란 나의 행복의 큰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알아내었으니, 꾸준히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해 내어 행복을 살아내고 싶다.
여기서 더 추가해 내가 더 행복해지려면 추가해야 할 요소는
1. 소셜미디어 단기적으로 삭제하기
2. 식단에 단백질 추가하기
3. 또렷한 비전과 목표 찾고 몰입하기
이다.
소셜미디어 단기적 삭제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라서 삭제하면 더 좋을 것 같고, 식단에 단백질 추가는 내가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좋아해서 단백질을 먹으면 더 건강해질 것 같다고 생각해서 추가해 봤다. 또렷한 비전과 목표 찾고 몰입할거리 찾기는 가장 큰 문제이다. 극도의 몰입 속에서 나는 행복을 얻는 사람인데, 요즘은 요리에만 몰입하고 있다. 요리 말고 다른 프로젝트 일을 찾아 '극단적으로 몰입'해보고 싶다. 가장 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영어로 책 쓰기이다.
소셜미디어를 삭제하고, 단백질 많이 먹으며, 영어로 책 쓰기 프로젝트를 한다면 내 삶의 만족도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될 것 같다.
'나'사용법을 제대로 알아야 인생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뭐에 민감하고, 뭘 싫어하는지 등등. 꾸준히 '나'에 대해 공부해 가며 나를 잘 행복하게 키워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