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ANDERSON HOUSE 축제와 같았던 나의 미국 결혼식
https://www.youtube.com/watch?v=9B3rAkMXovg&t=5s
내 생에 최고의 결혼식은 내 결혼식이었다. 모든 신부의 마음이 그러할까. 그럴 수도 있겠다. 스스로의 결혼식만큼 특별한 결혼식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미국 결혼식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내가 미국에서 미국식 결혼식을 했다. 미국식 결혼식에 대해선 짧게만 알고 있었다. 결혼식 시간이 길다, 소수의 사람만 초대한다, 리셉션이 재미있다 등등. 내가 미국식 결혼식을 모르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남편이 결혼식을 다 준비했다. 남편은 준비 과정을 무척이나 즐겨했다. 지금 뭐 해?라고 물어보면 '결혼식 수저랑 포크 고르고 있어'라고 신나게 대답했던 나날들. 까다롭고 디테일한 남편은 자기 취향에 맞게 모든 것을 선택하고 세팅했다. 다행히 나와 남편의 취향은 같았다. 우리는 클래식하면서도 화려한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남편이 준비한 결혼식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결혼식을 위해 우리가 가장 힘쓴 것 중 하나는 FIRST DANCE였다. 미국은 세리머니가 끝나고 리셉션을 하는데 리셉션 오픈 전, 신랑 신부가 부부가 되고 나서 추는 첫 춤을 하객들에게 선보인다. 나와 아이작은 FIRST DANCE를 위해 왈츠 과외를 한 달간 받았다. 우리가 좋아하는 MOON RIVER 노래를 선택했고 그에 맞게 댄스 학원에서 춤을 만들어줬다. 매일 서로 눈을 맞추고 함께 춤을 연습하던 시간이 결혼 준비하며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건 역시나 PARTY time이었다. DJ를 섭외했고,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좋아했던 음악들을 믹스해 달라고 했다. 나는 왜인지 모르게 내 결혼식을 상상하면 아바의 DANCING QUEEN에 맞춰 다 같이 춤추는 모습이 연상되곤 했었는데,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그 노래를 주문했다. 실제로 댄싱퀸이 흘러나오고 다 같이 미친 듯 춤을 췄는데, 너무 행복했다. 결혼식에 대한 나의 로망은 여기서 다 이뤄진 것 같았다.
우리 결혼식에서 가장 핵심은 '결혼식장' 그 자체였다. 워싱턴 DC에 있는 LARZ ANDERSON HOUSE는 유서가 깊은 저택으로, 정말 압도되게 아름다웠다. 모두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렇게 화려한 결혼식장은 처음이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결혼식장이 아닌 박물관인데 박물관을 빌렸다) 나와 아이작은 사진만 보고 장소를 계약했는데, 실제로 본 날 더 놀랐다. 꽃도 필요 없겠다 싶었다. 꽃이 묻혀버리는 화려함이란.. 궁전에서 하는 결혼식이었다.
식사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신경을 많이 썼다는 건 그냥 가장 비싸고 좋은 케이터링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미리 다 시식을 하며 골랐던 음식들이었는데 시식날보다도 더 맛있었다.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결혼식을 진행하며 느꼈던 것은, 서비스는 돈에 비례하다는 것이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아이작과 결혼식을 리뷰하며 이야기했던 것이, 돈에 비례하게 사람들이 서비스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약 또 다른 축제를 기획한다면 그냥 어디든 아끼지 말고 돈을 확 써야겠다는 생각마저 했다.
결혼식에서 실수한 게 하나 있는데 바로 내가 등장할 때 부케를 까먹고 안 들고 입장한 것이었다. 결혼을 처음 해봐서 부케를 가지고 입장하는지도 몰랐다. 중간에 코디네이터가 부케를 가져다줘서야 알았다. 아 내가 부케를 안 들고 입장했구나.. 당시엔 그런 실수들이 스트레스로도 다가왔는데 끝나고 나서는 모두 이야기하면서 웃게 되는 에피소드가 되었다. 엄마는 '영주다운 실수였다'라고 했다. 학교 다닐 때도 꼭 뭐 하나를 빼먹고 학교에 간 나였다. 신발주머니 혹은 책가방을 두고 학교에 갔던 나..
세리머니 후, 한 시간 동안 다 같이 와인을 마시며 친해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다. 한국 결혼식에는 없는 칵테일 아워. 이 시간에 각자 친해진 사람들은 리셉션 때 밥을 먹으며 한번 더 친해졌고, 식이 끝나고 또 애프터파티를 하며 '친구'까지 될 수 있었다. 5시간의 예식, 3-4시간 애프터 파티.. 8시간을 함께 하니 친구가 될 수밖에. 내 친구와 아이작의 친구들이 하나의 큰 친구가 되어 어울려 노는 모습에 깊은 사랑과 감동을 느꼈다. 이건 내 개인적 취향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내 사람들이 서로 친해지는 게 그렇게 좋다. 결혼식에서 친해진 나의 친구들이 뉴욕에서 한번 더 식사자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아주 큰 행복을 느꼈다.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써봤는데 정리해 보자면, 한치의 모자람 없는 최고의 결혼식이었다. 결혼식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매 순간이 행복했다. 인생의 절정과 새 출발을 축복하는 진짜 축제의 자리였다. 결혼식 사진에 나의 그러한 표정이 다 담겼다. 가짜 표정 말고 진짜 표정들. 예뻐 보이려는 표정 말고 살아있는 환희의 표정들.
결혼식 영상은 나왔고 아직 사진은 나오지 않았다. 아래 사진들은 당일에 포토그래퍼가 색감만 보정해서 바로 보내준 사진들이다. 영상이 영화같이 나와 마음에 들고 사진도 기대가 된다.
남편이 결혼식 중간에 내게 말했다. "이 모든 것들, 영주를 위해 준비한 거야." 나는 하객들을 위해 아이작이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나 했는데 이 모든 게 나를 위해서란다. 또 한 번의 감동.
고마워 남편. 내 생에 최고로 멋진 결혼식이었어. 당신 최고야!
https://www.youtube.com/watch?v=9Qk-_KHYvrc&t=38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