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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로잉 Jun 05. 2019

제나두와 셀로움 그 사이

일곱 번째 이야기 : 필로덴드론 제나두

필로덴드론 제나두라는 이름을 가진(추측) 이 친구는 2017년 봄에 우리 집으로 이사 왔다.

과천 화훼단지에서 촉촉히 안개비를 맞고 있던 제나두 무리 중에 하나로, 사실 그때 나는 이 친구가 영락없이 셀륨(셀로움, selloum)인 줄로만 알았다.


제나두의 이름이 제나두인 것을 안 것은 그로부터 1년 뒤인 2018년 8월이었다.

새 집에 이사하는 기념으로 이것저것 잔뜩 사들이기만 해 놓고, 식물에 대한 공부는 뒷전이었는데, 어느 날인가 셀로움의 잎이 하나 둘 생기를 잃어가다가 노랗게 변하는 걸 깨닫고서야 공부가 필요함을 깨닫고 이 식물에 대해 알아보던 와중에 셀로움이 아니라 제나두인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좀 놀라기는 했으나, 셀로움이든 제나두이든 사실 그때는 상관이 없었다. 나의 관심은 오로지 이 식물 친구가 아픈 걸 낫게 하는 방법뿐.


제일 바깥쪽 잎이 노랗게 하엽지며 마르는 것은 이런 목대 없는 풀 종류 식물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나 내 제나두는 중간 잎이 마르기도 하고, 어떤 잎은 새로 난 건강한 잎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볼품없어지기도 했다.

알아보니, 응애응애 응애씨의 습격이 있었던 것이다.

건강한 잎 중간에 작은 점 같이 아주살짜기 노랗고투명하게 마른 자국이 있었는데, 그곳에 바로 응애가 있는 거란다. 그 자리에서 잎의 즙을 쪽쪽 빨아먹다 보면 잎 전체가 볼품없이 푸석해지다가 결국에는 노랗게 말라버리는 거다.

우선 다른 식물들로부터 격리하고 약도 사서 뿌리고, 가끔 물 샤워도 시켜주면서 상태는 완화가 되었지만, 끈질기기로 유명한 응애씨 답게 퇴치가 쉽지는 않았고, 지금까지도 완치가 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새로이 봄이 오고 나서, 다시 셀로움으로 알았던 제나두를, 격리했던 안방에서 거실로 꺼내 두었다. 바람도 더 잘 통하고 해님도 더 밝은 곳으로.

상시 눈에 보이니 다시 이 친구가 셀로움인지 제나두인지, 두 식물의 차이가 뭔지 궁금해져서 공부해보기로 했다. 우리 집에 온 지 딱 2년 만이다.



셀로움과 제나두

셀로움의 학명: 필로덴드론 비핀나티피둠(philodendron bipinnatifidum)

커먼네임 : 필로덴드론 셀로움

특징 : 셀로움은 열대식물로 강한 해 아래에서 잘 자라지만, 그늘에서도 그럭저럭 잘 자란다.

혼자서도 매우 크게 자랄 수 있지만 주변에 붙어자랄 나무가 있으면 착생하여 자란다.

셀로움은 줄기에서 공중 뿌리를 많이 생산하는 편이고 여느 열대식물처럼 추위에는 약하다.


제나두의 학명: 필로덴드론 제나두(philodendron xanadu)

커먼네임 : 한때 미국에서 philodendron Winterbourn으로 불리우던 시기가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미니셀로움으로 불리는 모양

특징 : 제나두는 대체적으로 키우기 쉬운 식물이다.

키보다 더 넓게 퍼지며 자라는 타입이다.

대부분의 필로덴드론과 다르게 제나두는 덩굴성 식물이 아니다.

제나두는 오래될수록 아름다워진다. (적절한 환경일 때)

독성이 있으므로 아이들이나 애완동물이 먹거나 씹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셀로움과 제나두의 차이점

최초 발견 시 제나두는 셀로움의 변종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한참 뒤에 이 둘이 같은 필로덴드론과지만 다른 종이라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고, 씨앗 트레이에서 우연히 발생한 변종이라는 말도 있는데 어느 것이 진짜인지는 조금 더 공부가 필요하다.

제나두는 셀로움보다 크기가 작고, 비교적 물마름에 약하고, 낮은 온도를 못 견딘다. 제나두는 초본류라서 땅을 덮는 식으로 밖에 못 자라지만, (약 1.5m까지 자란다고 함) 셀로움은 나무를 타고 오르며 자라난다. 만약에 그 주위에 나무가 없다면 셀로움은 나무처럼 독자적으로 크게 자랄 수 있다.

한참 셀로움이 열대식물의 관상용 연출로 인기가 많았는데, 셀로움보다 크기가 작은 제나두의 출현으로 그 판세가 뒤집혔다. 플랜테리어 용으로 크기가 더 알맞은 제나두가 셀로움을 대체하며 많은 인기 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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