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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윤 Oct 14. 2023

눈물 버튼

항공기 승무원의 엄마 일기



웅 웅 거리는 엔진 위에 서서 자주 생각한다.



보드라운 솜털 , 토실토실한 궁둥이 , 조물거리는 작고 작은 손가락 , 오물오물 과일을 먹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면 작은 손으로 내 입에 건네주는 그 예쁜 마음.



정말 내게 귀인이 왔구나 싶다.



오늘 새벽이 지나면 아기는 또 성큼 커져있겠지


몸도 마음도 엄마 모르게 커져있는 게 서운하고 또 고맙다.



아이와 나를 위해 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에 우리는 여차저차 잘 적응 중이다.



어느 날은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 내 뒷모습을 물끄러미 입 삐죽하고 바라보고만 있는걸 거울로 발견한 적이 있는데 이 어린아이가 이제는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 또 엄마가 출근한다는 것에 체념한 그 얼굴이 생각나 자꾸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나는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고 있어


너를 위한 게 나를 위한 거고 곧 우리를 위한 거니까

앞으로도 나는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


최선을 다한다는 건 다른 부가적인 것들도 있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널 생각하고 위한다는 의미야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마운 내 첫아기



나는 오늘도 , 지금도 너를 줄곧 생각해

가끔 너의 얼굴이 짓물러 무뎌질 정도로 정말 많이 생각해





예전에 엄마랑 전화를 하는데 무심하게 ‘ 우린 언제 보는 거야 너 얼굴이 생각이 안 난다? ‘라고 했던 대화가 머릿속에 급하게 스쳐 지나가면서 콧잔등을 때렸는지 코가 찡했다.


엄마는 늘 날 많이 생각하는구나 날 많이 보고 싶어 하는구나 


아무리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도 엄마에게 아이들은 아이들인 모양이다.


흘러가는 시간이 얄궂다.

천천히 한 톨 한 톨 살펴볼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소중하게 천천히 흘러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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