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여름 하면 가키코오리(빙수), 유카타, 소면, 그리고 하나비(花火, 불꽃놀이) 등을 연상하기 일쑤다. 그중에서도 습도가 높은 일본의 여름,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건 일본에서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일본적 여름 정취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서울세계 불꽃 축제가 열리지만, 여름이 아닌 가을이다. 그래서 시원한 부채가 아닌 따뜻한 담요를 준비해야 해서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다.
불꽃놀이의 역사는 고대 중국에서 시작됐는데 전쟁터에서 폭죽이나 신호탄으로 사용되다가 축제와 종교의식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불꽃놀이는 실크로드를 거쳐 중동이나 유럽에 전해졌고 일본에는 16세기, 포르투갈 사람들로부터 일본에 전래했었다.
하지만 일본의 불꽃놀이가 처음 행해진 것은 1733년, 일본 도쿄도 다이토구 아사쿠사 인근 스미다강(隅田川)에서 행해진 수이진사이(水神祭)가 그 유래라고 전해지고 있다. 당시 일본에서는 기근과 역병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에 정치적인 위기감을 느낀 당대의 권력자 도쿠가와 요시무네는 지난해 허망하게 유명을 달리한 혼백들을 달래고 재액을 물리치기 위한 진혼제를 개최했다. 그런데 단순한 제의가 아니라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리기 위해 스미다강 위로 20개의 폭죽을 쏘아 숨진 이들의 넋을 기렸다.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스미다강변과 니혼바시, 료코쿠바시(両国橋)를 이어주는 다리에 몰려들었다. 이들은 하늘 저 높은 곳으로 흩어지는 불꽃을 바라보며 아직 저세상으로 떠나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이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했다. 이 모습은 우타가와 사다히테(歌川貞秀)의 우키요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에도시대의 료코쿠바시는 지금보다 좀 하류에 있었는데, 1657년의 대화재로 1659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다리 길이가 약 170m, 폭이 약 7m로 당시로써는 꽤 큰 다리였는데 이 다리 주변에 유명한 사찰, 사원들도 많고 에도시대 가장 번화한 니혼바시로 가는 길목에 있어 다리의 양쪽 끝에는 언제나 상가, 연극을 행하는 극장, 찻집, 술집, 포목점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료코쿠바시하경색(両国橋夏景色)우타가와 사다히데(歌川貞秀 ).
종교적 의례에서 시작된 불꽃놀이였지만, 점차 일본 각지로 확산됐고, 1800년경부터는 종교적 의미보다는 유흥으로 발전한다. 이후 불꽃놀이는 일본 여름밤에 펼쳐진 축제로 자리 잡게 된다. 지금도 매년 7월 마지막 토요일에 스미다강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도쿄의 가장 큰 이벤트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