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유경 Jun 22. 2022

낯선 이름 낯설지 않은 음악, 오피단

오피셜히게 단디즘

우연히 들은 노래인데 아주 좋았습니다. Pretender라는 곡이었는데 누가 부른 노래이지? 라는 생각에 찾아보니 Official髭男dism이라는 일본의 밴드가 부른 곡이었습니다.

(https://higedan.com/)


이 밴드그룹은 이름이 너무 길어서 일본에서는 애정을 담아 오피단(オフィダン). 오피즘(オフィズム), 히게오즈(ヒゲオズ) 등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히게단’(ヒゲダン)이라고 한다네요.


그런데 Official髭男dism을 뭐라고 읽지?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제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Official’은 ‘공식적’ ‘공인된’이라는 의미, 髭男는 ‘수염(髭, ひげ)+남자(男, おとこ)’가 합쳐서 만들어진 ‘수염 난 남자’인데, dism은 뭐지? 라는 생각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윈도 환경에서 운영체제의 이미지를 생성하고, 적용하는 도구라는군요.


이걸 합쳐서 〈오피셜히게오토코디즘〉이라고 읽는 걸까? 라고 생각하고 Official髭男dism을 찾아보니 ‘오피셜히게 단디즘’이라고 읽는다는군요. 그러니까 ‘髭男’는 ‘히게오토코’(ひげおとこ)로 붙여서 읽는 것이 아니라 ‘히게(髭, 수염)’와 ‘오토코(男, ダン,おとこ)’를 나눠서 男(おとこ, ひげ)을 뒤의 dism에 붙여서 男+dism=댄디즘(ダンディズム)이라고 읽는답니다.


저만이 아니라 일본사람들이 이 밴드 이름에 자못 당황했다고 하는데, 일종의 ‘샤레’(洒落, しゃれ)같은 거죠. 샤레는 농담(冗談, じょうだん)과 비슷하지만 아재 개그와 달리 센스있는 농담입니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발음이 비슷하거나 같은 단어이지만 뜻이 다른 단어로 다를 말을 만드는 고토바아소비(言葉遊び, ことばあそび)로 다자레(駄洒落, だじゃれ)가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랩의 라임처럼 에도시대의 시문학 모임에서는 다자레로 시를 읊으며 모임의 흥을 돋우는 것이 유행했습니다.


아마 Official髭男dism의 댄디즘(男dism)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경성 시대에나 유행할 법한 이 말은 겉치레·허세를 뜻하는 댄디(dandy, 멋쟁이)에서 나온 말로 18세기 유럽에서 세련된 복장을 한 신사를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수염 난 세련된 남자’를 지향하는가 봅니다. 왜 수염 난 남자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를 묻는 인터뷰에서 수염 난 모습이 왠지 시부이(しぶい, 渋い)해 보여서라고 하기도 하고, 수염이 멋있어 보이는 나이까지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라고도 하네요.


여기서 이 밴드가 지향하는 ‘시부이’(しぶい, 渋い)는 한국말로 번역하기 매우 어려운 말입니다. 떫을 삽(渋) 자는 감의 떫은맛, 뭔가 거북하다, 꺼려다 등의 의미를 지닌 한자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시부이’라는 표현은 뭔가 깊이 있는 것에 대한 예찬으로 사용합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내공이 있어 보이는 세련된 맛과 멋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데, 녹차나 일본 술 등 중년 남성의 (화려하지 않지만) 차분하고 세련된 옷차림, 차분하면서도 고즈넉한 인테리어와 같은 데 사용합니다. ‘시부이’는 봄보다는 가을에 어울리는 표현인 듯하지만, 이번 신곡 “Mixed Nuts”는 여름에 걸맞은 곡인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드라마 ‘파친코’를 통해 본 자이니치의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