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날리고 싶으면 풀어주기, 까짓것 풀어 준다 내가.
"산책 가자"
"꼭, 가야 해요?"
"엄마랑 그거 하나 못해주냐?"
"그건 아니지만 혼자 가시면 안 돼요?"
" 같이 가주면 안 돼?"
....&*&*))))
가끔씩 이렇게 일도 아닌 일로 사춘기 아들과 갱년기의 저는 실랑이를 합니다.
산책 나가서 좋은 공기도 쐬고 학교 생활도 좀 듣고 싶은 저의 로망과는 달리 아이에게는 부담스러운 시간인가 봐요. 애구...
그러다 보다 못한 남편이 뜬금없이 연날리기에 대해서 얘기를 시작합니다.
"연을 멀리 날리는 방법이 뭔지 알아?"
서울 태생의 나와 시골 태생의 그는 한 살 차이에도 불구하고 놀이부터가 세대 차이가 확 납니다. 서울에서는 연날리기는 숙제로 한두 번 해본 게 단데. 시골에서는 많이 날리고 놀았나 봐요.
방패연을 만들려면 어떻게 수평을 맞추어야 하는지 그게 또 얼마나 힘든지 연 끊기 놀이를 위해 병을 깨서 빻아서 실에 유리를 먹이는 방법들... 그의 말을 듣다 보면 얼마나 생생한지 내가 하나 만들고 있다니까요.
그의 말에 따르면 연을 멀리 높이 날리기 위해서는 연 끈을 멀리 잡고 서서히 실을 풀어줘야 한데요. 연은 나르려고 바람을 타고 준비 중인데 그걸 확 당기면 연 끈은 끊어진다는 거죠... 그러면 그동안 연을 만들기 위해 들인 공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거죠. 그 후에 밀려오는 후회와 자괴감...
바람의 방향을 따라 살살 연 끈을 풀어주면 연이 태양을 뚫을 듯 멀리 높이 날아간데요. 충분히 높이 날아가는 연을 보면 그 성취감으로 그다음엔 지 바람에 못 이겨 끊어지던 말던 기분이 좋데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끊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사춘기
이제는 연 끈을 놓아주고 풀어줄 때...
아쉽지만 그가 멀리 높이 날아갈 수 있게 연 끈을 풀어 주어야겠어요.
지는 또 울매나 이 바람 저 바람 타느라 힘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