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려고 한적 없다.
마치 죽을 때까지 그렇게 하겠다는 듯 나를 괴롭히는 그를 보며
만약 이게임에서 누군가 죽어야 한다면 그래야만 끝낼 수 있다면
나는 아니다.
나는 아직 키워야 할 아이가 있으므로
그렇다면...
이렇게 극단적으로 늘 나를 몰아세워야 직성이 풀리는 그
그를 보며 예전에는 져주는 것이, 그것만이 그가 걸어오는 싸움에 반응할 수 있는 나의 유일한 방식이었다
그러나 나의 방식은 먹히지 않았고
그는 싸움을 계속해서 걸어왔다.
심지어, 다른 곳에서 싸우고 와서 내게 화풀이를 해댔다.
그의 몸속의 화가 어느 정도 풀릴 때까지
나의 마음은 샌드백처럼 이유 없이 두들겨졌다.
나는 샌드백이었다.
그리고 종래는 터져버려서 모래를 쏟아내듯
나를 쏟아내 버렸다.
나는 내 마음이 계속해서 써도 써도 없어지지 않는 화수분인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계속해서 퍼올려지던 나의 인내는
어느 순간 바닥을 드러내고
더는 퍼올릴것이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고
나는 돌아섰다.
그렇게 깨끗하게 한순간 돌아서는 내가 섬뜩해
나조차도 놀라는데
그도 적잖이 놀란 듯하다.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