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구나?
냥이가 간 후 한동안 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였지만 허사였다. 내가 그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그를 찾기란... 그인지 그녀인지도 확실히 않은 상태에선 더더욱...
그날은 늦은 아침을 먹고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동네 피자집에서 피자를 사서 집으로 들고 가고 있던 차였다. 누군가 내 발밑에 갑자기 슬라이딩하며 나의 진로를 막아서는 이가 있었으니 고양이였다.
그리고는 도도하게 나를 봐라 봤다.
아! 걔였다. 얼마 전 우리 집에 무단 침입했던 고양이.
우와 너구나!!! 나는 반가움에 거의 울뻔하며 그렁그렁한 눈으로 지를 봐라 보는데도 이 녀석 시크하고 무심하게 쓱 보더니 지딴엔 인사랍시고 내 발사이를 두어 번 엮어가며 지 털을 내 바지에 슥슥 문댄다. 혹시 또 배가 고픈 건가 하고 피자 위의 햄을 주어도... 역시나 안 드신다. 아 맞아 얘 비건묘였지? 그러나 피자 위에는 그닥 신선한 야채가 없기에 나는 먹이주기를 단념했다. 어차피 얘는 나와는 달리 먹는 거엔 목숨 거는 스타일이 아니므로...
나는 듣거나 말거나 잘은 있었냐 니가 간 후 내가 널 얼마나 찾았는지 아느냐 그냥 그렇게 가는 법이 어딨냐를 물었으나 예상대로 대답은 "야옹..."이 다 였다. 그래도 대답이라도 하는 게 어디야... 나는 반가워서 우리 집에 놀러 가자고 이제는 코로나도 끝나서 집 상태가 니가 들어와서 어질어도 될 만큼 불청결하다고 ㅎㅎ 아무리 꼬셔도 녀석은 꿈쩍도 안 했다. 다만 내가 지랑 이렇게 거리에, 땡볕에 있을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내가 가려고 하면 발을 막고 따라오라고 하면 안 따라오면서 지가 원하는 시간만큼만 나와 보냈다. 피자가 다 식어버려서 이제는 조바심도 나지 않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제는 가보라는 듯 내발을 막지도 나를 따라오는 척도 안 하면서 작별을 고했다. 이렇게 또 이 녀석과 이별이겠구나 하고는 나는 다시없을 우리의 조우를 아쉬워하며 작별을 고했다. 어디에 있든지 잘 있으라고 오늘 반가웠다고...
웬걸 이 녀석은 그 후로 종종 내 앞에 예고 없이 나타났다. 내가 지나가면 불렀다 저 멀리서
" 야............. 옹'' 마치 " 야!"라고 하듯이 나중에 옹은 일부러 작게 했다. 돌아보면 걔였다. 내가 약국을 가던 중에도 내가 운동을 하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도. 어디선지 나를 지켜보다가 나온 것처럼 " 야...." "옹..."
그랬다 아마도 이아이는 우리 이웃의 사는 고양이었던 모양이다. 그동안 거의 6개월 정도 못 봤었는데 녀석은 곧잘 우리 동네에 출몰했으며 지가 내 갈길을 막아서기는 할망정 내가 멀리서 우연히 보고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않던 녀석.
그렇게 그 녀석과... 내가 원하는 시간은 아닌 그 녀석이 원하는 시간에 우리는 길거리에서 우연을 가장해 가끔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서로 부르는 이름은 있어야겠기에 그는 나를 "야"로 나는 그를 "치타"라고 부른다. 내가 제인이고 걔는 치타. 그럼 우리 남편은 타잔이 되는 건가??? 어쨌든.
이 녀석은 요즈음도 가끔 잊혀질 때쯤 동네 양아치처럼 나타나 나를 부른다 " 야!" 그럼 나는 동네 똘마니처럼 걔뒤를 졸졸 따른다. 이렇게 우리는 자발적 종속관계를 유지하며 순전히 냥이님의 의향에 따라 잠깐씩의 데이트를 한다. 나는 그걸로 만족한다. 욕심을 부리는 것은 서로의 관계를 망칠 것이라는 것쯤은 아는 나이기에...
우리 냥이님이시다. 표정 심히 불량스럽지 않은가? 늘 저런 눈길로 나를 보신다. ㅎ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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