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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해 Sep 23. 2022

<비행운>

인생은 복불복이라고? 이미 정해져 있는 건 아니고?

물속 골리앗

부자가 아니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운

너의 여름은 어떠니

이 시대 날씬하지 않다는 것은...

서른

서른에 까닥하면 겪을 수 있는 그지 같은 상황.

벌레들

남일이 아니야...

물속 골리앗


김애란의 재기 발랄한 농담에 웃을 수 없었다. 그녀의 전작들에 대한 감회다. <달려라 애비>. <두근두근 내 인생>이 그렇다. 그녀의 재기 발랄함 뒤에 숨어있던 쓰린 현실, 애써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을 굳이 들춰서 보여주는 그녀의 경쾌함이 나는 불편했다. 


오히려 이후의 그녀의 작품들은 담담하게 현실을 담는다. 밝은 척 살아가는 세상 속에 흔히 자행되고 있는 현실이라는 이름의 진실들. 그것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그 예리함이 좋다. <비행운>이라는 제목이 이미 충분한 스포이듯이 이사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행운을 보장받는 몇몇을 제외한 우리 모두는 그녀가 나열한 행운이 아닌 순간들에 쉽게 노출된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적어도 저 중 어떤 한 에피소드를 비슷하게나마 겪게 되는 건 차라리 당연하다. 그것이 흑수저들의 숙명인 것이다. 단지 그녀의 이야기엔 소설적 비약이 약간 더해졌을 뿐이다. 


흑수저의 부모 밑에서 태어나 그들이 가까스로 일군 재개발 지역에서 어찌 어찌 부모를 잃고  청춘이라는 것. 이름과 너무나 대조적인 그 남루함. 젊다는 이유로 세상 끝으로 내몰리는, 돈을 들여 몸을 만들고 돈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세상. 가난살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청년백수 비정규직 들과 엮여 쉽게 나락으로 빠져들기 좋은 구조로 되어 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피라미드형 다단계의 맨 마지막 신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서른을 겪고 가까스로 결혼을 해서 다시 재개발 지역으로 들어와 살다 물속의 골리앗에게 먹혀버리고 그녀의 아이는 또 그녀의 아들이 되어 처음의 그 상황으로 돌아 돌아 다시 그지 같은 스물을 지내고 서른이 되고  다시 신혼을 맞고 아이를 잃고 재개발 지역에서 죽어가면서 다시 그의 아들이 되어...


소위, 악순환이라는 것에 휘말린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를 못한다는 말...

가난이라는 굴레는 한번 덧씌여지면 여간해서 벗어지지 않는다. 거기에 몸 부림 치면 칠수록 그 굴레는 더욱더 옥죄어 온다. 그러니 금수저가 아닌 자여 몸부림치지 말라. 그냥 당하라 가난은 죄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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