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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해 Aug 30. 2021

[곶감 上] 포옹

나도, 안아주세요

아기를 늦게 낳아 그것도 하나만을 낳아 금이야 옥이야 키우던 중이었다. 본래 마음에 담은 거 얼굴에 쓰는 스타일이라서, 혼자나 금이야 옥이야 할 것이지 그것조차 썼었나 보다. 아기의 얼굴에 뽀뽀세례를 퍼 부우며 예방 접종을 하러 병원에 가는 길에 아파트 단지에서 마주친 한 아저씨가


" 아이고 그렇게 예뻐요? "

" 하하 네 그렇네요. "


생면부지의 사람이 그렇게 묻는 통에 뻘쭘함을 웃음으로 무마하고 돌아섰다. 


쉬는 날 오전 11시 늦은 아침을 먹고 마루로 들어오는 햇빛이 따끈하게 데워지는 무렵이면 아직 말이 서툴러서 나가자고는 못하고 내손을 이끌고 현관으로 가 자기 신발을 내밀며 어서 신기라고 재촉하는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로 간다. 


일하는 엄마였던 나는 시간이 나면 최대한 많은 시간을 아이와 보내기 위해 노력하였다. 


" 이거... 무? " 아직은 <뭐>의 발음이 불안정한 아이가 호기심을 드러내며 놀이터에서 모래 놀이를 하다 말고 생각난 듯이 물었다. 아이가 말을 틔울 시기에 되도록이면 어른이 쓰는 단어로 사물들을 시각과 촉각을 이용해 상세히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고 책에서 읽었던 터라...


" 응, 모래라는 거야. 만져봐 까실깔실하지? 까끌까끌하지? 자세히 봐봐 색깔은 금빛이야. 다 같은 금빛은 아니야 어떤 건 더 빛나고 어떤 건 덜 빛나... 저번에 할머니네 갔을 때 만지고 놀았던 흙 기억 나? 그 흙이랑은 달라. 흙은 찐덕찐덕 했는데 이건 보슬보슬해. "

" 밥 밥..." 


때로 아이들은 경이롭다. 언젠가 친정에서 흙에 대해 설명해 줄 때 흙이 식물들의 밥 같은 거라고 설명해 준 적이 있었는데 그걸 기억했다가 이리 예리하게 물었다. 


" 그래 맞아. 밥. 식물들의 밥. 흙은 찐득한 찰진 밥 같고 모래는 고슬고슬한 고슬밥 같아. 모래에 사는 식물도 있어. 선인장이라는 건데..."


말을 고르며 안나는 생각을 짜 맞추며 설명을 하려 애쓰고 있는데 아기에겐 너무 어려웠던 건지 이내 흥미를 잃은 듯했다. 만진 적 있는 흙이나 지금 눈앞에 있는 모래까지는 흥미로웠으나 선인장이라는 지금 옆에 있지도, 알지도 못하는 것까지는 무리였다. 아이는 어떤 걸 하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나의 목을 끌어안으며 내 고개를 흥미를 끄는 다른 곳으로 돌리곤 했다. 그때도 내 목을 그네 쪽으로 끌며 끌어안았다. 나도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아침 공기가 차가 뭐서 그렇게 온기를 아이에게 나눠 주고 있었다. 


 나도, 안아주세요.


녀석은 아까부터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많이 먹어야 넛 댓살 먹어 보이는 꼬맹이 남자아이였다 모래장난을 시작할 때 즈음부터 우리 옆으로 다가와서 내가 설명하는 모래며 흙이며 이야기를 재미있다는 듯 경청하며 놀고 있었다. 옆 벤치에서 할머니인 듯한 노인이 가끔씩 녀석이 잘 노는지 힐끔거렸다


녀석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뭐랄 것도 없이 내 아이를 잠시 내려놓고 녀석을 덥석 안았다. 밖으로 나온 지 꽤 됐는지 내 목에 두르는 녀석의 손끝이 어름장처럼 차가웠다. 녀석은 고개를 내 목에 포옥 묻었다. 녀석을 꼭꼭 눌러 안아주었다. 

내 아이... 내 아이도 내가 없는 날이면 이 녀석처럼 이렇게 외로움을 타면 어떡하지... 처음 보는 녀석을 그렇게 안으며 눈물이 핑 돌았다.


벤치에 앉아 있던 할머니는 이 광경을 보며 어리둥절해하며 우리 쪽으로 오고 있었다. 옆에 있는 아이도 잠시 뺏긴 엄마를 무슨 일인가 싶어 멀뚱히 바라보고 있더니 내 붉어진 눈시울울 보고는 저도 눈이 붉어지며 입을 삐죽이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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