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전동드릴

by 김준한

아버지의 전동드릴

김준한


자식들은 회전력을 먹고 자랐다

갓 태어났을 땐 공구 없는 맨손이었으나

걷기 시작할 무렵 손 드라이버 하나면 너끈히 조이던 새벽

봄 되자 여린 쑥이 말아 올린 햇살 사각복스알이 풀어냈다


하루를 조이는 악력 위에 치솟던 심줄

헐거워진 가정 돌리기 위해 육각복스로 바꿔 끼우자 쇠와 쇠가 잇닿은 자리마다 벌건 군살 더했다

녹슨 자존심 벗겨 팔각복스까지 더한 세월

굳게 잠긴 이 세계를 풀어내려면

몇 개의 꼭짓점이면 될까


마모되어 뭉툭해진 나날

두꺼운 볼트 세운 계획과 좁은 너트 구멍

현실은 늘 아귀가 맞지 않아

땀 주름 깊은 골 내며 찾아다닌 규격


자식들은 오른쪽으로 돌며 세상에 조립되었고

아버지는 왼쪽으로 풀려나기 시작했다


수리가 안 되겠습니다

애프터서비스 기간이 한참이나 남아 보이는 의사가 방전된 배터리를 그의 몸에서 분리하자 마지막 공회전,

희미하게 남은 기억을 갉아

끝내 아귀를 맞출 수 없는 숨결이

뭉툭하게 멎었다


2025/제15회 샘문학상 수상작

24일 토요일이 시상식 다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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