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시간들

by 김준한

파도의 시간들/김준한


끝내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디인지 알지 못했다

팽창하는 우주처럼 또렷이 우겼던 답들이 멀어지는 항구처럼 아득해지고 나는 더없이 망망해진 사고의 바다 가운데 던져졌다

바다에 묻힌 순간들을 생각하면 허무보다 솟구쳤던 나날의 부끄러움이 짙어진다

그래도 다행인 건 고요가 익숙해진 바다 위에 내리쬐는 별빛이 더는 따갑지 않다


겨우 바람도 물리친 바다 위에 곤한 갈매기 한 마리 내려앉았나

아롱이다롱이가 볼을 핥자 울컥 솟구치는 마음 또다시 애써 심해 속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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