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계속 달리면 무릎 나간다.

무릎 수술의 재활을 거쳐 마라톤 대회에 나가다.

by 달려보자go

달리기를 시작한 지 만 2년 정도가 흘렀다.

지난 1년간 2,300킬로미터를 달렸다.

마라톤 풀코스를 2회 완주했다.

하프마라톤은 8회, 10킬로미터 코스는 2회 완주했다.

다행히 지금까지 큰 부상 없이 2년간 잘 달리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 많이들 이야기한다.

그렇게 달리면 무릎 나간다.

저는 달리기 하기 전에 이미 무릎이 나갔었는데요???

양쪽 무릎 수술을 하고서도 40대 중반의 나이에 어떻게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게 되었는지 짧게 말씀드립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시작하던 2020년 여름. 왼쪽 무릎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좌식으로 된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통증 때문에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병원을 찾았고 반월상 연골판이 찢어졌다고 했다. 원인은 종아리가 과도하게 휘어 무릎 안쪽 연골에만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무릎과 무릎 사이가 9센티미터 정도 벌어진 이른바 ‘오다리’를 가졌다. 의사는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 종아리를 일자로 만드는 <근위경골절골술>이라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종아리 뼈를 깎아내고 인공 뼈를 넣어 휘어진 종아리를 일자로 만드는 수술이다.

무시무시한 수술이다.

그해 7월 왼쪽 다리를 먼저 수술했다.

흔히들 뼈를 깎는 고통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나는 그 고통을 알게 됐다.

지금도 정신을 집중하고 당시를 떠올리면 수술 후 느꼈던 통증의 기억이 생생하다.

누군가 수술 후기에 다리가 트럭에 깔려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트럭에 깔려 보지는 않았지만 깊이 공감했다.

기적처럼 왼쪽 다리는 일자가 되었고 6개월 뒤 오른쪽 다리를 수술하기까지 양쪽 다리 길이가 2센티미터 정도 차이 나는 ‘짝다리’로 지냈다.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니 참으로 안쓰러운 모습이었다. 수술의 고통을 알기에 두 번째 수술은 정말 두려웠다. 하지만 짝다리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오른쪽 다리도 마저 수술했다. 다리는 누가 봐도 멋지게 일자가 되었다. 하지만 힘든 재활이 시작됐다.

2달간 목발 생활을 했고 3개월 동안 매주 1회씩 도수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반쪽이 되어버린 허벅지 근력 강화를 위해 매일 새벽 6시에 집 앞 수변공원을 산책했다.

재활은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했지만 곧게 뻗은 다리로 위안을 삼았다. 게다가 곧은 다리로 걷는 것은 평생소원이었다.

그렇게 산책을 좋아하게 됐다.

날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시간이 흘러 2022년 여름 양쪽 종아리 뼈에 박혀있던 철심 12개를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역시나 수술 부위가 아물기 위한 시간이 또 필요했다. 한 달 정도가 지난 후 살살 달려보았지만 역시나 아직이었다.

때때로 ‘이제는 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면 살살 달려 봤다. 하지만 그때마다 통증은 찾아왔다. 철심 제거 후 일주일 만에 축구를 했다는 수술 후기를 보며 ‘나는 회복이 왜 이리 더디지, 평생 이렇게 통증을 안고 살아야 하나 ‘ 하는 걱정이 생겼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차분하게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결국 2022년에도 달리지 못했다. 지루한 시간이 계속됐다.


한 해가 지나 코로나 격리 의무가 해제되던 2023년 6월. 다시 달리기에 도전했다.

출근 전 회사 앞 헬스장에서 트레드밀을 달렸다. 도로보다 푹신한 트레드밀은 무릎에 부담이 덜했다. 처음에는 3킬로미터 정도를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속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거리를 점차 늘려 5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달리고 나면 간헐적으로 무릎 통증이 있었지만 전에 비해서 현저히 줄었다. 그래도 통증이 있으면 2, 3일 정도 쉬었다. 그리고 통증이 없어지면 또 살살 달렸다. 몇 년간 전혀 달리지 않던 다리가 그렇게 쉽게 통증 없이 달리게 해 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산책을 꾸준히 한 것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점차 통증이 나타나는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무릎 주변의 근육이 조금 붙은 느낌이었다. 3개월간 주 3회 30분 정도를 달렸다. 그리고 조금 길게 달려보기로 했다.

2023년 9월 9일 토요일 아침 7시 한강을 찾았다. 산책을 많이 하던 시기에 잠수교에서 성수대교까지 왕복 8킬로미터를 산책한 적이 있다.

오늘은 그 거리를 달려보는 것이다.

걷는 속도로 아주 천천히 달려볼 작정이다.

보폭을 평소보다 작게 가져갔다. 그리고 숨이 차지 않을 정도로 아주 천천히 달렸다.

남들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멈추지 않고 달리기 위해 집중했다. 목표는 아프지 않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돌아가는 것이다. 8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달렸다.

그렇게 인생 최대의 장거리를 달렸다.

아프지 않았다. 전율 같은 것을 느꼈다.

안. 아. 프. 다.

집에 돌아와 마라톤대회를 검색했다. 바로 한 달 뒤 화성에서 개최하는 ‘효’ 마라톤 대회가 눈에 들어왔다. 거침없이 10킬로미터 대회를 신청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마라톤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달리고 있다.

지금은 올해 11월에 개최하는 jtbc마라톤에서 3시간 30분 안에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훈련이라고 하니 좀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름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다.

지난 2년 간 큰 부상 없이 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리하지 않고 통증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충분히 쉬었다 다시 달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달리기를 못하는 날이면 그냥 산책을 했다. 꾸준히 달리다 보니 무릎 주변 근육들이 자연스럽게 성장했고 덕분에 관절에 부담이 덜 가게 된 것으로 믿고 있다.


무릎 괜찮냐고 물어보시는 분들께 말씀드린다.

“ 저는 달리기로 무릎을 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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