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나아질 겁니다.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을 그대로 두면 실패,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한다면 기회가 아닐까. 비록 원했던 것처럼 완벽한 상담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직업상담사로 첫 상담을 마친 것은 분명히 성과일 것이다.
나뿐만이 아니고 대부분의 현직 직업상담사는 이 ‘첫 상담의 기억’에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기 전에 같은 직업을 가진 이에게 혹시 첫 내담자와의 상담이 기억나는지, 어땠는지를 질문했었다. ‘이름도 기억나는데, 엄청나게 긴장하고 어설프게 하고 나왔다’는 답변도 있었고, ‘전혀 기억이 안 난다’는 답변도 있었다. 이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경험 많은 직업상담사가 되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당의 첫 상담이 기대만큼이 아니더라도 나중에는 잊히거나 또는 더 나아지는 계기가 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만 남겨놓자.
첫 상담을 계기로 더 성장하려면 우선 자기 분석이 필요하다. 무엇이 가장 아쉬웠는지 자기 스스로 상담 장면을 복기하여 분석해 보고 개선점을 찾아보자. ‘처음이니까 당연히 아쉽지!’라고 가볍게 생각하기보다는 세부적인 요인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예로 들자면, 시간 조절에 미흡하여 의도했던 것보다 두 배는 일찍 끝났다거나, 상담에 필요한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지 않아 검색 시간이 길었다거나, 공감의 반응을 많이 못 보였다거나, 취조하듯 지나치게 질문을 했다거나. 아쉬운 점을 발견했다면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찾아진 개선점을 다음 상담에 적용하고, 또 아쉬운 점을 찾고… 반복하다 보면 점차 아쉬운 점이 줄어들 것이다. 자기평가와 피드백은 초보 직업상담사뿐 아니라 경력이 있는 이들에게도 필요하며, 내담자들의 평가를 반영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만약 상담을 시작하기 전 내담자의 정보에 관해 미리 알 수 있다면 이를 이용해 상담 과정을 수립해 보는 것도 좋다. 나의 경우는 본 상담 전에 내담자들의 학력과 전공 그리고 짧은 희망 내용을 볼 수 있다. 만약 전공 이후 취업의 길이 비교적 뚜렷하게 정해진 특수 전공 졸업자의 희망 내용이 ‘진로 고민’이라면, 전공 관련 사기업/공기업/공무원을 고민 중일 수도, 전공 외 취업을 고민 중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해당 전공의 졸업생들이 주로 어떤 일자리를 갖게 되는지를 미리 조사해 두고, 관련된 공기업을 찾아볼 수 있다. 전공 외 취업을 고민한다면 직업선호도 검사를 이용할 수도, 채용 정보 포털을 이용할 수도 있다.
상담을 마칠 단계인데도 내담자의 표정에서 후련함이 덜 비치는 것 같다면 참 마음이 서글프다. 상담실 안에서 내담자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말하고 얻어가는 사람도 있고, 말은 하지 않지만 무엇을 원하는지가 잘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간혹 그렇지 않은 내담자의 경우, 어떤 상담을 원하는지 파악을 덜 해낸 채로 끝낼 때는 스스로 작아지는 기분까지 느꼈었다. 그렇게 몇 번의 작아짐을 느끼다가 마침내 한 가지 간단한 방법을 알아냈다. 만약 내담자와의 상담에서 방향성을 제대로 찾기가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먼저 상담에서 제공할 수 있는(내담자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먼저 설명해 준다. 직업상담사와의 진로/취업 상담이 처음인 내담자는 의외로 많고, 그들은 상담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우리 직업상담사를 어떻게 써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내담자가 원하는 방향이 무엇일지를 편안하게 알려달라고 한다. 만약 상담 안에서 제공할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전한다. 이 방법으로 유추가 어려운 내담자의 욕구를 간단하게 알아낸 적이 꽤 있다.
더 나은 상담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용적으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에 관해 나누어보았다. 만약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나 선배가 있다면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굉장히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해낼 직업상담의 목적은 ‘우리가 잘 해내는 것’에 있지 않고 ‘내담자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완벽한 구성과 알맞은 자료를 주지 못했다고 낙담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의 우리 단계에서 내담자의 진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차근차근 전달해내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