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점검의 시간
상담을 지속하다 보면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어딘지 알 수 없게 아쉬운 느낌이 스윽 올라온다. ‘뭐지?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건가?’ 나도 모르는 사이 어딘가 부족한 상담을 제공하고 있지 않은지 문득 불안해지기도 한다. 이 찝찝한 기분은 혼자 고민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직업상담사의 상담실에는 오로지 직업상담사와 내담자뿐이다. 상담실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가더라도 그 내용을 아는 것은 둘뿐이다. 우리의 상담이 부족했는지 어떤지에 대해서 둘밖에 모를 텐데. 대부분의 내담자는 상담사에 대해서 구체적인 평가를 할 수 없다.
심리상담 분야에서는 경력이 많은 상담사가 다른 상담사의 상담을 감독해주는 수퍼비전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의 상담학 사전에서는 ‘수퍼비전은 상담에 대한 이론적 지식과 상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상대적으로 이러한 부분이 부족한 전문가를 도와 그의 상담 능력의 발전을 촉진해 주는 것이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마 어느 곳에서는 ‘직업상담 수퍼비전’이 이루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경험해 본 바가 없다. 내 상담에서 부족한 부분을 선배 상담사가 도와준다니, 좀 부러운 마음이 든다.
선배 상담사와 이야기를 나눌 여건이 안된다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타깃을 동료 상담사 또는 그냥 모든 직업상담사로 바꾸어본다. 네이버 카페에서도 예비/신규/경력 직업상담사를 만날 수 있다. 정보가 많거나 활동이 활발한 곳을 추리자면 대략 세군데 정도가 남는다. ‘좋은 직업상담사를 꿈꾸는 사람들’, ‘직공사이’, ‘직준모’. 이곳에서 자신과 유사한 고민을 하는, 또는 고민을 했던 상담사를 만난다면 어느정도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자격증 대비 방에도 현직자들이 있지만 현직자를 위한 방이 별도로 존재하기도 한다.
책을 통해서 직업상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책에서 정보를 얻는다니 이렇게 당연한 사실을 굳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다. 사실 직업상담사 2급 자격증과 실무는 거리감이 멀다는 이야기가 커뮤니티에 널리 퍼져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도 자격증 준비와 실무는 별개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펼친 수험서(나는 입직 후 자격을 취득했다)에서 뜻밖에 답을 구한적이 있다. 초기의 나는 내담자에게 동기를 부여하기위해 공감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직업상담이라면 조금 더 냉철한 상담이어야 하는 걸까?’하는 소소한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책에서 ‘인간중심/내담자중심의 직업상담’에 대한 내용을 접하게 되었고, 한 종류의 이론과 가까운 상담 기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담을 이어나갈 수록 진로와 삶은 떼어질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은데, 취업에 집중되어있는 상담 분포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것 역시 책에서 ‘생애진로상담’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답답함이 다소 해소되었다.
꼭 수험서가 아니더라도 학지사 출판사에서 펴내는 심리와 상담 관련 도서들이 있다. 전공책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서 심리나 상담 교육 등을 전공했다면 이미 익숙한 이름일 수 있다. 실무에서 쓸 수 있는 기법이 포함된 책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구체적 활용은 하지 못했다. 대부분 이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작성이 되어 있어서 더 궁금한 상담 이론이나 분야에 관한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또는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대비할 때 단순 암기식으로 머리에 넣었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갑작스럽지만 내 신념 중 하나를 밝히자면,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만큼 타인도 자신을 대할 거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내가 내 상담에 대해서 확신이 없고 모자람은 없는지 의심한다면 이것이 틀림없이 내담자에게도 유사하게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이론적으로 완벽한 상담을 제공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개발하고 상담에 반영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자기 상담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는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확신에 가까워지기 위해, 자기성찰도 미루지 말고 지속적인 발전을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