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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nke Apr 05. 2024

독에 대해 연구하지 않는 독성학(9)

복어는 죄가 없다

    복어알로 추정되는 감정물이 의뢰되었다며, 시료 전처리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물어 온다. 복어독으로 알려진 테트로도톡신은 독특한 구조와 물리화학적 특징과 낮은 농도로 낮아 쉽지 않은 물질 중 하나다. 이민기와 6개의 하이드록시기를 가지고 있으며, 구조적 특징으로 하이드록시기 중 하나에 붙은 수소가 쉽게 해리되는 특징으로 양쪽성을 가지고 있다. 초산성 메탄올에 가장 잘 녹으며 물과 지방에 용해도 차이가 작다. 이러한 특징은 빠른 흡수를 가능하게 하여 노출 후 독성 발현 시간이 짧으며, 분석을 까다롭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액체-액체 추출법, C18 계열의 고상추출 카트리지로 추출할 수 없고, C18 계열의 일반적인 칼럼으로 분석할 수 없다. 복어 알을 메탄올에 넣고 2~3분 초음파 처리하여 여과 후 정해진 분석법을 사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복어 관련 감정이 연간 몇 회 이루어지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추출이나 분석과정에서 방해물질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시료의 특성을 고려하여 고안하려면 경험이 필요하다.

    2008년 봄 한 고속도로에서 2명의 의문사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매일 변사사건이 발생하는데 유독 이 사건이 언론에 관심을 받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 소식이 나온다. 어려운 사건은 머리를 맞대기 마련이지만 이 사건은 법독성학 분야의 모든 구성원의 주요 관심 대상이 되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찍힌 관련 CCTV 영상을 보고 신경독임을 추정했다. 바륨과 같은 무기물에서 알려진 여러 신경독을 의심했지만, 복어독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른 시간이라 복어 요리를 먹었을 정황이 없을 뿐만 아니라, 복어 요이를 먹었다 하더라도 주행시간을 고려했을 때, 독성 발현 시간이 맞지 않았다. 이런저런 실험으로 시료는 바닥나 가고 있었고, 그 일을 담당하던 선배는 수년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는 고민 끝에 사망자의 유류품 등에서 복어독 실험을 해보겠다고 했다. 복어독은 분자량이 크고, 하이드록시기가 많아 끓는점이 702.6℃로 가열하면 휘발하기 전에 열분해 되어, 휘발되어야 분석 가능한 가스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으로 직접 분석할 수 없지만, 강알칼리 상태에서 끓이면 새로운 구조변형이 일어나고 이를 분석하는 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방법으로 복어독이 사망과 관련 있음이 드러났다. 원인 물질을 좁히기 위해 두 사망자에 대한 택배 내역 등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도 답이 없던 경찰은 결국 사망자 중 한 명이 중국으로부터 여러 번 복어독을 구입했음을 알려왔다. 이제 남은 것은 망자들의 혈액에서 복어독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방법으로 복어독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십 mL의 혈액이 필요한데 남아 있는 혈액은 2~3 mL뿐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휘발시키지 않고 할 수 있는 고감도 분석장비인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당시 회사는 열악해 해당 장비를 도입하지 못했다. 수년 전부터의 요구에도 기존의 가스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조차 업무량이 늘어 내구연 지난 장비를 고쳐가며 써야 하는 상황에서 그 가격의 3배에 달하는 3억이 넘는 장비를 도입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 

    모교 교수님께 부탁드려 학교의 장비를 며칠 활용하기로 하고 학교로 향했다. 글로만 보던 장비를 처음 영접했다. 며칠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방법을 찾아보려 했지만, 혈액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성분들로 인해 테트로도톡신의 전처리는 쉽지 않았다. 표준품을 찍으면 잘 나오지만, 전처리 과정을 거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더욱이 혈액의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여러 책들과 논문을 참고했지만, 사후 시간이 지나 부패하고 변성된 혈액과 당장 구할 수 없는 재료들의 한계로 논문처럼 훌륭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지쳐가고 있을 때쯤 새벽에 간이침대에 막 누우려는데 출근하신 교수님께서 내어주신 커피와 그보다 더 따스한 위로의 말씀은 다시 힘을 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교수님의 조언과 그간 알게 된 테트로도톡신의 특성을 활용해 정량시험을 하거나, 높은 재현성을 가지는 시험방법은 아니었지만. 가까스로 사망자의 혈액에서 복어독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두 망자 모두 테트로도톡신으로 중독사로 밝혀졌지만, 그들 중 한 명은 어떤 목적으로 테트로도톡신을 구매했는지, 왜 테트로도톡신을 먹었는지 밝혀지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내기 골프 등에 테트로도톡신을 먹으면 긴장으로 인한 실수를 줄일 수 있어서이기 때문이라고 하는 견해가 있다. 작용 기전 상 아주 낮은 농도에서 떨림과 같은 불필요한 신호가 줄일 가능성은 있지만, 그 양을 가늠할 수도 없거니와 추정치사량이 1 mg일 만큼 복어독은 독성이 커 용량을 잘못 조정하면 사망할 수 있다. 내기 골프는 고사하고 골프대를 잡아본 적도 없지만 내 상식으로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의 도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높은 감도로 다양한 일을 처리할 수 있어 법독성학 분야의 사회적 역할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유효한 전처리법을 개발되었고 이후 개발된 HILIC (hydrophilic liphophilic chromatography) 칼럼을 적용하여 재현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테트로도톡신의 독특한 물리화학적 성질은 다른 물질 분석보다 어렵다.

    테트로도톡신은 복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복어의 먹이인 조류가 만드는 것이니 복어는 죄가 없다. 복어는 테트로도톡신에 내성이 있어 테트로도톡신을 만드는 조류를 먹이로 할 수 있는데 이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흥미롭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양식하는 복어는 사료를 먹이기 때문에 자연산 복어보다 복어독 함유량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어의 경우 보 더욱이 복어는 이를 정소, 난소 등에 축적하여 알에 테트로도톡신을 함유시켜 알이 천적으로부터 공격받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복어의 높은 독성과 빠른 흡수는 수중에서도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요소로 보인다. 먹이에 테트로도톡신이 들어 있으므로, 내장에 농도가 높고, 정소나 난소 등 특정 부위에 높으므로 이를 제거하여 요리하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복어의 살코기 등에도 테트로도톡신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먹는 양으로 중독증상을 나타낼 만한 양은 아니기 때문에 먹을 수 있다. 민감하신 분들은 복어 먹으면 얼굴이 붉어지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시는 분들을 간혹 볼 수 있다. 복어독을 섭취하면 빠르게 흡수되어 VGSC (voltage-gated sodium channel)에 결합하여 나트륨 통로가 열리지 않게 되며, 신경 전도를 차단한다. 이로 인해 입술에 감각이 무뎌지며, 곧 심장 박동 이상, 호흡저하, 운동신경 마비가 일어나고 심정지, 무호흡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VGSC 작용하는 다른 대표적인 톡신은 아코니틴과 그레이아노톡신이 있는데 이들은 이 채널을 열리게 하여 신경 전도의 왜곡을 일으킨다. 이 두 톡신의 테트로도톡신과의 반대 작용으로 테트로도톡신 중독의 해독제로 고려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테트로도톡신에 의한 신경 전도가 완전하게 차단되는 것을 일정 시간 상쇄할 가능성이 있지만, VGSC가 열려 있으면 신경이 탈분극 된 상태가 지속되어 신경 전도가 차단되어 고농도에서는 마비를 일으키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방송을 통해 다시 알려진 1986년 일본에서 있었던 투구꽃(아코니틴 함유 식물)과 복어독을 이용한 사건은 비율과 투여량을 잘 조절하면, 시간 테트로도톡신과 아코니틴이 서로의 독성 발현을 늦출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두 물질 모두 궁극적으로 신경 전도를 왜곡시켜 생명에 위협이 되기는 마찬가지로 해독제로서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언제나처럼 의뢰서를 살펴본다.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10대 딸이 한 식당에서 버리는 것을 주워다 아버지에게 매운탕을 끓여주었고, 아버지가 사망했다고 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 위기로 환율은 폭등했고, 집값이며, 주식이며 자산가치는 하락했다. 몇 년이 지나, 경제적 문제로 인한 극단적 선택의 사건 개요는 줄어가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언제나 그렇듯 금융 위기의 피해는 덜 가진 사람들의 몫이다. 


    가난으로 고생하는 아버지를 위한 딸의 행동에 죄를 물을 수 있을까? 다행히도 아버지와 딸이 돈독했고, 일부를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정황 등으로 타살 가능성이 없어, 그 딸을 살인죄로 기소하지 않을 방침이라고는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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