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탄소중립약속 -
매일 아침, 나는 버스를 타고 출근길에 오른다. 이제는 익숙해진 풍경, 늘 내 곁을 스치는 같은 시간의 사람들. 버스에서 지하철로 한 번 갈아타고 한 시간이 넘는 출퇴근이지만, 나에게 이 시간은 ‘기후행동 기회소득’ 앱을 통해 탄소중립 실천을 이어가는 중요한 약속의 일환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선택을 매일 반복하며,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건 생각보다 큰 의미가 되었다.
하지만, 버스라는 공간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다. 문이 닫히기 전 아슬아슬하게 내리는 사람, 갑자기 정차하는 상황에 놀라는 승객들,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자신만의 세상에 빠진 사람들. 각양각색의 블루투스 이어폰 디자인을 감상하는 건 이제 출근길의 소소한 재미다.
그러다보면 사람들이 입은 오늘의 옷차림, 기사님마다 승객들에게 다양하게 안전을 부탁하는 모습, 때때로 발생하는 돌발 상황들까지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는다.
며칠 전에는 사고로 인해 버스가 한참을 멈춘 적이 있었다. 차 안은 갑자기 정적이 감돌았고, 사람들은 침착함과 조급함 사이에서 각자의 선택을 고민했다. 내릴까, 기다릴까. 나는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렸다. 하지만 다음 차를 타면 버스비를 또 내야 하고, 사고 처리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시간은 흘렀고, 결국 ‘기다림’이라는 선택이 맞았다는 듯 버스는 다시 움직였다.
"휴~ 다행이다."
지하철을 탔더라면 이런 변수는 없었으리라 싶지만, 지하의 답답한 공간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출근길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잠시라도 핸드폰에서 눈을 떼어내 자연을 바라보는것!
햇살, 바람, 구름, 그리고 창문 넘어 펼쳐진 초록초록한 나무들의 배열까지도 지난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조금 더 견고하게 만들어준다.
물론, 너무 지치고 힘들땐 집에 고이 모셔둔 차를 한 번 몰아볼까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오랫동안 달려온 노후 경유차에서 뿜어져 나올 탄소를 생각하면, 도무지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전기차였다면 또 모르겠지만, 배출가스저감장치(DPF) 덕에 아직 쌩쌩한 우리 차는 폐차하기엔 이르다. 그래서 ‘탈 수 있을 때까지 타다가 정말 이별해야 할 때 보내주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출퇴근길의 변수를 줄이기 위해 30분쯤 일찍 나서기로 했고, 덕분에 혹시나 사건사고가 생겨도 느긋할 수 있었다. 일찍 도착한 사무실에서는 기다림의 여유로 책을 펼치거나, 조용히 강의를 듣는 즐거움도 누리고 있다.
오늘도 나는 버스에 오른다. 변수를 받아들이고 익숙한 풍경에 설레며, 탄소중립 실천과 나만의 작은 평화를 이어가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