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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09' [.]하필

가닿는 생각들이 갓 내어온 국밥의 김처럼

by DHeath


주말을 지나온 월요일이 차갑다
호주머니에 손이 오래 머무른다
오래간만에 제때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 한 번 가봐야지 했던 곳
으로 발길을 옮긴다 마수걸이의
반대말은 뭘까, 마지막 손님으로
국밥과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난로와 주전자 온도계와 안내문
83년도부터 남겨진 시간의 흔적
사장님의 중후한 목소리와 그릇
부딪는 소리가 좋았다 배부르게
한 끼를 잘 먹다가 문득 오래전
봤던 부러운 노부부가 사랑하고
있었다 하필 오늘 날씨가 추워서
하필 국밥집의 사장님 내외 모두
다정하고 친절하셔서, 따뜻해서
오랜 미래의 나를 잠깐 생각했다
결혼 말고 연애를 잘하고 있을까
혼자서 살아내고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글을 쓰고 있을까 아니면
내 식당을 마침내 열었을까 같은
하필 가닿는 생각들이 갓 내어온
국밥의 김처럼 일렁이며 눈앞에서 흩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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