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잠들 수 있는 날
연고도 없이 타지에 올 때는 당연히 집에서 그릇과 식판 따위를 얻어와야지
그릭요거트를 떠먹을 티스푼을 빼먹은 건 어쩔 수 없지만
허기짐을 해결할 때, 식사가 필요할 때 낯선 곳에서 먹는 낯선 온도의 음식이란 도저히 안 넘어가니까
무얼 담을지 몰라도 익숙한 것 하나 있는 게 다르다고 정말
비를 뚫고 사 온 안심 잘 굽고, 물러가던 양파와 버섯도 마저 노릇하게
스테이크 소스 대신 돈가스 소스를 덜고
나이프도 없어서 가위로 익은 고기를 자른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늦게 잠들 수 있는 날
배불리 안심하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