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쁘니

by 너루

“니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이쁘니일거야”


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전화에 저장해 둔 내 이름은 이쁘니다. 내가 스스로 저장해 둔 이름이긴 하지만 꽤 오랜 시간 저장되어 있다. 물론 바꾸기에 귀찮음이 크겠지. 그래도 기분은 좋달까.


아무튼 이쁘니라는 이름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할머니라는 말이 내 마음을 쿡 찔렀다. 나에게 노년의 시기가 올까? 그때까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내가 스스로 삶을 놓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먼저 드는 게 참 속상했다.


산다는 건 꽤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살다 보면 살아진다라는 말도 있지만 의미가 없는 삶은 왠지 사라져도 괜찮을 것 같다. 특히 사라져야 할 이유가 더 많은 삶이라면 아등바등 살아야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흰 종이에 내가 살아야 할 이유와 죽어야 할 이유를 적어 본 적 이 있다. 그날 나는 많이 울었고 무너져 내렸다. 죽을 용기가 없어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도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저런 말 때문이다. 배우자, 가족. 친구들이 내게 하는 미래를 함께 해야 할 것 같은 말들. 그 말들이 오늘도 나를 살린다. 내 삶의 의미, 기쁨, 고마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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