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에도 웃을 수 있었다는 걸, 지금은 알아요

아픔 속에서도 피어난 작은 빛

by 다락방지기


처음 재활치료를 시작했을 때,

병원이라는 공간은 너무 낯설고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

모든 것이 무겁고 멀게 느껴졌다.

‘나는 이제 정말 웃을 일도 없겠구나’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 안에서도 분명히 나는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누군가의 손길, 말 한마디, 따뜻한 눈빛 한 줄 속에

살며시 피어오르던 작은 미소들이었다.




병실로 들어온 작은 사람


수술 후, 로봇처럼 두꺼운 보호대를 입고

천장만 바라본 채 누워 있던 내 병실로

작은 키의 선생님 한 분이 찾아왔다.


“오늘부터 운동치료를 맡게 되었어요.”


누가 봐도 나와 비슷한 또래였던 그 선생님.

그때 나는 이유 없이 마음이 복잡했는지

웃으며 인사조차 건네지 못했다.

왠지 모르게 심통이 났던 것 같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주말을 제외한 매일

그 선생님은 움직일 수 없는 내 다리를 위해

정성스럽게 스트레칭을 해주셨다.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하는 시간 속에서도

내 마음까지 환기시켜 주려 애쓰셨던 그 마음.

지금은 그게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안다.


나는 하루 중

그 선생님을 만나는 시간을

조금은 기다려졌던 것 같다.


온기를 느낄 수 없던 다리였지만,

그 손길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었으니까




엄마라는 이름의 동반자


보조기를 풀고 나서는

치료실로 이동하는 날들이 시작되었고,

엄마는 늘 나와 함께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무거운 휠체어를 밀고

나를 이끌어주셨고,

어느새 치료사 선생님들과 더 친해지신 분은

나보다 엄마였다.


병실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 먹고

병원 근처 시장에도 함께 다녀왔던

엄마의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났을까.


아마도,

그때의 나를 살게 하시기 위해

엄청난 마음으로 움직이셨던 거겠지.




국립재활원에서 만난 나와 닮은 친구들


처음 국립재활원에 전원 되고 나서야

나처럼 젊은 나이에 다친 친구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향적으로 변한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다가와 준 친구들 덕분에

고된 재활치료 시간도 견딜 수 있었다.


저녁이 되면 병원 뒤 언덕에 모여

팔의 힘만으로 휠체어를 밀며 올라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지만,

서로 격려하며 땀을 흘렸다.


중간에 힘이 빠져

브레이크를 잠그고 쉬다

다시 밀고 또 밀어,

결국 언덕 꼭대기까지 올랐던 날,


나무 아래 벤치에서 함께 웃었다.


그 뿌듯함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살아 있다.




그리고, 금요일


입원 생활 중

가장 기다려지던 시간은

매주 금요일 저녁.


그날은

내 사랑하는 남편이

병원으로 나를 만나러 오는 날이었다.


“거울도 여러 번 들여다봤다.

예쁜 옷 대신,

깨끗하게 세탁된 병원복으로 갈아입고

조심스레 그를 맞이하던 밤. “


이날만을 기다리며 일주일을 버텼다.

이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더 열심히 운동했고,

더 성실히 재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남편을 만나는 순간은

내가 아픈 환자가 아니라

여전히 사랑받는 사람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 품 안에서 잠들던 밤,

나는 잠시나마 아픔을 잊고

살아 있다는 행복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가끔은 숨었다가 놀라게 해주기도 하고

병원 복도에서 함께 웃고 걸었던

그 짧은 시간들.


그때의 나는

아프지만,

완전히 무너진 사람이 아니었다.


그 시간들 속에서

나는 웃고 있었고,

기다리는 설렘이 내 안에 살아 있었고,

사랑이 나를 버티게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깨달은 마음


휠체어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고

작은 턱 하나에도 넘어질 때가 많다.


하지만 나는 안다.

불쌍한 사람이 아니고,

오히려 삶을 더 깊이 살아낸 사람이라는 걸.


슬픔은 내가 만든 그림자였지만,

그 안에도 웃음이 있었고,

그 웃음들이 나를 숨 쉬게 했다는 걸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


“아픈 한 사람을 돌보는 모든 이들에게,

나는 말하고 싶다.


삶은 꼭 절망이지만은 않아요.”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분명히,

웃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