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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타르트 Oct 27. 2024

나 이제 김서방 되는거야?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은 결혼 적령기였다. 매달 한두 번씩 서로의 주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일이 잦아졌고, 주변에서도 그에게 결혼에 대해 묻는 이가 많아졌다. 우리는 종종 각자가 그린 인생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 계획에 결혼은 32살에 하기로 정해두었다고 했다. 그리고 34살에 아이를 낳아 친구 같은 아빠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 가늘고 길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종 인생 목표라고 말했다. 난 짧고 굵게 사는 것을 지향한다고 했다. 아직 결혼이나 아이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나 자신만 봤을 땐 하고 싶은 건 다하고 살고 싶은 그런 삶을 꿈꾼다고 말이다. 서로 다른 시간을 보내왔고 다른 시간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조금씩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의견을 좁혀가는 시간들을 보내는 중이었다.     

늦둥이로 태어난 그는 부모님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친구같이 지내는 친구의 부모님을 볼 때마다 늘 부러워했다. 그래서 자신은 꼭 아이들과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혼자는 결코 안 되며, 둘은 되어야 서로 의지하며 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혼하고 나면 월급은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장황하게 여러 계획들을 늘어놓으며 나에게 결혼에 대한 의사를 밝혔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난봄에도 그는 편지와 목걸이를 전하며 결혼에 대한 의사를 표현했었다. 나는 아직 결혼은 이르다며 조금 더 만남을 지속해 보자고 말했고, 그는 나를 기다렸다. 우리가 만난 지 1년이 되는 여름, 그는 다시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 사이 그는 나에게 자주 결혼에 대한 계획을 전했고 나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늘 그를 기다리게 했고 그는 나를 늘 기다려주었다.     

내가 가족들에게 그를 소개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그는 걱정했다. 우리 집에서 혹시 자신을 반대할까 노심초사였다. 나는 연년생인 1남 2녀 중 막내이다. 위로 언니와 오빠가 있는데 모두 미혼인 상태였고, 심지어 제일 맏이인 언니보다 그의 나이가 많았다. 우리 집에선 나의 결혼을 생각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그는 불안했다. 하지만 꼭 나와 올해 안에 결혼을 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부모님을 뵙기로 한 그날이 다가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재형입니다.” 떨리는 그의 목소리가 식당 안을 가득 채웠다. “결혼하고 싶습니다. A기업에 다니고 있고 나이는 32살입니다.”     

부모님의 여러 질문에 대답하기 바쁜 그였고, 우리 집과는 멀리 살고 있는 그가 매일같이 나를 보러 온다는 이야기에 조금은 놀란 부모님이 보였다. 일부러 맛있는 일식집을 고르고 골랐지만 맛있는지 맛없는지 느낄 새도 없는 아주 길고도 짧은 시간이 지나고 그는 또 찾아뵙겠다는 인사와 함께 부모님을 배웅했다.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우리 집에서는 딱히 큰 반대는 없었다. 단지 큰 염려가 있었을 뿐이었다. 형의 장애로 인해 고령인 부모님을 나중에는 직접 모셔야 한다는 것, 그리고 결혼하지 않은 나이 많은 큰누나가 있다는 것. 막내가 아닌 맏이나 다름없는 가정환경이었으나,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겨주셨다.     

그렇게 순조로운 듯 순조롭지 않은 날짜를 하나씩 잡아가며 각자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상견례라는 마지막 날짜에도 동그라미를 치며 결혼 전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쳐갔다.     

초가을 아빠의 생신에 맞춰 그를 처음 집으로 초대했다. 그 소식을 들은 그는 ‘이건 아마도 나를 김서방으로 맞이한다는 뜻일 거야’라며 우리 집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에 아주 기뻐했다. 스스로를 김서방으로 지칭하며 결혼에 한 발 다가선 우리의 모습을 아주 행복해했다. 그 뒤로 그는 결혼을 준비하며 이런 행복함은 처음 느껴본다며 자주 행복하다는 표현을 했다.      

결혼날짜를 정하고, 예식장을 잡고, 스튜디오 촬영을 하고, 청첩장을 만들고 결혼식을 위한 준비에 선택은 순조로웠다. 굳이 여러 곳을 비교하지 않고 빠르게 결정했다. 어쩌면 그건 나의 성격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고민하지 않고 지금 좋은걸 고르고 굳이 후회하지 않는 모든 걸 무던하게 넘겨내는 내가 하는 결혼준비의 방식이었다. 냉장고/세탁기/TV 등 가전제품이나 집안의 가구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신혼여행지를 선택할 때도 지금 조건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를 고르는 것은 쉽고 빨랐다. 하지만 어려운 점도 분명 있었다. 그럴 때마다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 준 것 그였다. 본인을 믿으라는 그리고 이제 우리가 함께하면 힘들일은 없을 것이라는 다독임으로 나를 평온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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