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침을 먹는다

Eating You Morning

by 김태규

당신의 아침을 먹는다

Eating You Morning


ㅡ 김태규


다른 집 아침은

과일 몇 조각이라는데


우리 집 부엌은

적어도

열두 가지 다른 맛을 올린다


당신은 불 앞에 서 있고

나는

주방 입구에 걸려 있다


거기 서 있으면 배 부른가

숟가락 놓으면 안 잡아먹지


나는 금속 두 벌을 꺼내

식탁 위에 놓는다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보태지 않았는데

밥상에는

내 자리가 당신 곁에 놓여 있다


김이 오르는 국 옆에서


두 벌의 수저가

당신의 아침을

나눠 들고 있다


나는 그제야


반찬이 아니라

당신의 아침을 먹고 있었다는 걸


염치가

뒤늦게 떠오른다


내일부터는

가볍게 먹자고 꺼낸 말에


당신이 째려본다


당신이 과연

그걸로 살 수 있을까


프라이팬 위로

웃음이 한 번 튄다


아침이 지나고


나는

말없이 그릇을 모아

물소리 쪽으로 가져간다



[작가의 말]


여전히 많은 반찬이 오르는 아침을 당연하게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그 식탁 위에는 음식보다 먼저 한 사람의 하루가 놓여 있었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그 무게를 덜어 보려는 마음이 이제야 또렷해지고 있습니다. 작은 행동이 그 방향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후기 : 이 글을 본 그녀 왈, "이제 철 좀 드는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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