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쪽이 아닌 곳

Rising, Not Where You Are

by 김태규

떠오르는 쪽이 아닌 곳

Rising, Not Where You Are


ㅡ 김태규


해는

늘 같은 데서 올라온다

한 번도

머뭇거린 적 없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아침이라 부르는데


나는

자꾸

반대쪽을 본다


어제 네가

말없이 컵만 두고

일어났던 쪽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로

자리를 비워둔 방향


빛은 성실해서

매일 제 일을 하고

나는 그보다 느려

네가 사라진 자리부터

확인한다


여기였나

아니면

조금 더 옆이었나


아침은

누가 켜지 않아도 밝아지는데

기다림은

늘 손이 늦다


닿지 않는 거리만큼

바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그래서

이 정도의 소망으로도

하루는

다시 시작된다


해가 떠올라도

나는 여전히

떠오르는 쪽이 아닌 곳에

서 있다


혹시

아침이

그쪽에서 올까 봐



[작가의 말]


이 시는 잘 시작되는 하루보다

자꾸 돌아보게 되는 방향에 대해 적었습니다

사랑은 떠난 뒤에도

눈길 하나쯤은 남겨둔다고 믿으며

이 장면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