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놓아도 되나

May I Let Go Now

by 김태규

이제는 놓아도 되나

May I Let Go Now


ㅡ 김태규


그래서 나는

다시 묻는다


이제는

너를 놓아야 하는지

아니면

끝까지 보듬는 일이

여전히

우정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는지


보듬음은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아니라

역할이 되었고

나는 줄곧

버티는 쪽에

서 있었다


너는

작은 흔들림에도

크게 무너졌고

나는

무너지지 않게

줄곧

아래를 받쳤다


그러나

받침에는

한계가 있었다

받치고 있는 동안

내 하루는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우정이란

안고 가는 힘이 아니라

서로의 삶이

같은 방향을

잠시라도

겹쳐 가는 일이라고

나는 아직

믿고 싶다


그래서

때로는

손을 놓고 싶은 순간이 온다

차갑기 때문이 아니라

끝까지 안고 가는 쪽이

항상 옳지는 않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에


놓는다는 것은

버리는 일이 아니라

각자의 걸음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결정을 미루지 않는다

이 질문을

짐처럼 들고 가지 않고

여기

내려놓는다


그리고 나는

우정이 아니라

나 자신을

들고

돌아온다



[작가의 말]


이 시는 우정을 그만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보듬음이 소모로 바뀌는 순간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놓음이 때로는 각자를 다시 서게 하는 선택일 수 있음을 남기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