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다시 일할 수 있을까

일은 그저 생계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증명이다

by 제드 Jed
1. '일을 하지 않는다'는 상태에서 익숙해지는 법


“요즘 뭐 하세요?"

이 질문은 의외로 자주 들린다.

특히 나를 오랫동안 직장인으로 알고 있던 지인들은

이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때론 호기심 가득하게 묻는다.


처음엔 이 말이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된 듯한

불편한 마음을 남겼다.


나 자신도 그랬다.

일을 하지 않는 상태,

출근하지 않는 시간,

명함 없는 하루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일하지 않는 상태'가

그 자체로 온전한 나의 시간이기도 하다는 걸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일이 없는 삶'에 익숙해지는 동안,

나는 조용히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마음도 발견했다.


2.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처음엔 단지 지루함 때문이었다.

너무 많은 시간이 주어지니까

무언가 나를 바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바쁨은,

과거처럼 달력에 빈틈없이

무언가에 끼워 넣는 식이 아니었다.


의미 있는 에너지를 쓰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건 내가 여전히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는

증거가 되고, 아직도 내가 살아 있다는

확인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작은 일부터 찾기 시작했다.

지역 커뮤니티에서 글쓰기 강의를 해보기도 했고,

동네 도서관에서 책 읽어주는 봉사를

해보기도 했다.


일은 거창하지 않아도 좋았다.

단지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도 충분한 감동이었다.


3. 일의 의미가 달라졌다


직장에 다닐 땐,

일은 곧 성과였고, 인정이었고, 경쟁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다시 찾고 싶은 일은

성과가 아닌 의미,

승진이 아닌 관계,

성과급이 아닌 기쁨이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만난 초등학생 아이가 말했다.

"할아버지 목소리가 너무 좋아요, 또 읽어주세요."

그날 나는 1년 치 칭찬을 한꺼번에

다 받은 기분이었다.


돈은 많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풍성했다.


이런 일을 앞으로도

조금씩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4. 작게 시작해도 충분하다


“다시 일하고 싶은데, 이 나이에 뭘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나도 수없이 반복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다시 시작한 건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이었다.


한 달에 한두 번,

소규모 모임에서 나의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 요청이 들어오면 강의도 하고,

누군가 원고를 부탁하면 조심스럽게 써보기도 했다.


그 일들은 나를 유명하게 만들지도,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지도 않았지만,

나의 하루를 의미 있게 채워주었다.


작게 시작해서 좋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다시 살아가고 있었다.


5. 일은 결국 나를 증명하는 방식


어떤 사람은 은퇴 후

일을 다시 하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했다.

그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의 방식이 있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를 하는 사람일 때,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선명하게 느껴졌다.


일은 더 이상

나를 소진시키는 일이 아니라,

나를 다시 일으키는 일이다.


조금 덜 바쁘고,

조금 덜 벌더라도

이제는 내가 선택한 일,

내가 원하는 속도에서

내가 의미 있다고 여기는 일을 하고 싶다.


그게 바로,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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